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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이시 Jul 27. 2019

부자는 나쁜 사람인가요?

나의 기억이 시작될 무렵부터 내 주위의 어른들은 공무원이 많았다. 할아버지, 큰 아버지, 우리 아빠, 우리 엄마 그리고 지금은 사촌 언니들까지 공무원이 되었고, 우리는 과천 주공에 살았으니 주변에 친구들 부모님도 다 공무원이 많으셨다. 농담으로 우리는 공무원 집안이고, 나도 당연히 사촌언니들이 그런 것처럼 공무원의 길을 따라야 하지 않나 라고 생각도 했었다. 과천 정부청사에 가서 출입증 목걸이를 걸고 다니는 분들을 보며, 멋있다 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때 내 장래희망은 백댄서였다.


그렇게 나는 부모님이 살아오신 길과 다르게 살아갈 것 같다는 막연한 방향성은 있었지만 내가 배운 것은 공무원적 사고, 지극히 안정지향적이고 도덕성에 기반하여 희생정신이 가미된 의사결정법 밖에 없었다. 모든 공무원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우리 아빠는 그랬다. 그래서 내가 나는 문과, 이과가 아니라 예체능 쪽으로 가야 갈 것 같다고 했을 때 대답은 이러했다. "우리 집안에는 그런 계통에 재능이 있는 사람이 없어.(그러니 너도 그럴 거야.)" 무슨 말인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문과로 열심히 공부한 나는 경영학과에 갔고 결과론적으로 한 기만에 자퇴하고 말았다. 돈 이야기를 배우는데, 너무 재미가 없었다.


왜 돈을 벌어야 하는지, 어떻게 기업이 이윤을 남겨야 하는지, 회계 표가 왜 이렇게 복잡한지 등등등 전혀 공감이 가지 않았다. 결국 나는 돈 공부를 포기하고 예술학교에 가게 되었다. 그걸로 돈 공부와는 나와 맞지 않는다고만 생각했고 어렸을 때부터 막연히 몸에 익혀왔던 지나친 이윤추구는 나쁜 행동이며, 이 세상에 부자들은 다 불법을 저지른 악한 무리라는 생각을 바꿀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그렇게, 나는 돈 공부가 전무한 채 직장에서 일을 하게 되었고, 결혼하고 나서 남편 외벌이 아니 월소득 70만 원으로 마주한 현실은 냉혹했다. 그때 돈에 대해 공부가 부실했던 내게 성실히 일하면 먹고 살만큼 돈을 번다던 신화 같은 이야기가 줄 수 있는 건 좌절밖에 없었다.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사랑? 그게 우리 아이를 따뜻한 집에 살게 해 줄 수는 없었다. 어른들이 이혼하는 가정을 보며, "돈이 너무 없으면, 부부 사이가 좋아질 수 없어."라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였다. 그때까지 돈이라는 단어는 금기어이고, 돈에 대한 이야기는 천박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나는 마주한 현실로 말미암아 어쨌든 "돈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는 절박함, 그 씨앗을 품게 되었다.


돈을 엄청 벌어서 갑부가 돼야겠어 이런 생각을 한 건 아니었다. 그때 지독했던 가난을 탈출하는 것, 딱 그 정도가 여전히 오류를 범하고 있었던 나의 목표였다. 그렇게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나는 조금씩 일을 하면서 가정 경제를 확장하는 듯했다. 그러나, 100만 원을 벌어도 200만 원을 벌어도 400만 원을 벌어도 500만 원을 벌어도 여전히 가난한 것이다. 이거 참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래서 질문을 바꿔 보았다.


"내가 원하는 거, 가난 탈출이 아니라 부자가 되는 거 아닐까?"


라고 말이다. 와우, 만약 내가 이 질문에 YES라고 대답한다면, 천지개벽이 필요했다. 내가 생각했던 나쁜 사람이 되겠다는 말이니 말이다. 그런데, 부정하고 외면할수록 내 진심은 초라하고 누추했다. 그렇다. 나는 부자가 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럼 난 부자가 다 나쁜 사람이라는 편견을 깨야 한다. 그런데 현실세계에서 만나는 돈이 많은 사람들은 특히 경영인들은 여전히 내 오해를 견고히 할 뿐이었다. 그래서 나보다 오래 사신 아빠에게 "아빠, 따뜻한 부자는 없는 거야? 이윤 추구하는 사람들은 왜 인간(인격존중)보다 돈이 더 중요한 거야?"라는 질문을 했지만, 그냥 답답함을 토로하는 대서 그치고 말았다. 결국 나 같이 사람을 중요시 여기는 사람은 부자하고 거리가 먼 인권운동이나 밑바닥 정치를 해야 되는 건가? 그러다 생각을 또 뒤집어 보았다. 부자가 되면 그렇게 사회를 바꾸는데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지 않을까.


너무 원론적인 고민들 같지만, 여하튼 돈이 나쁘다는 생각은 버렸다는데 의의를 두자. 돈은 그냥 돈인데, 그 돈을 좋게 쓰는 사람이 있고, 나쁘게 쓰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돈이라는 주제를 책으로 배워가고 있다는 게 조금 아이러니 하지만, 올해 돈에 대한 책을 많이 접하고 있다. 그중에 소개하고 싶은 책이 있어서 그 서평을 쓰려다가 지금 이 서문이 길어졌다.


사이토 히토리의 '부자의 그릇', '부자의 행동 습관', '부자의 인간관계' 그리고 혼다켄의 '부자가 보낸 편지'에 대한 글을 시리즈로 이어가 보려고 한다. 따뜻한 부자 그리고 쉬운 글. 이 두 분의 공통점이다. 많은 부자분들이 책을 내셨지만, 너무 어렵다. 읽을수록 이렇게 어려운 정보를 해독할 줄 모르면 돈 버는 거 포기하라는 말인가 좌절시키려고 글을 쓴 건가 싶을 정도이다.


부자의 인간관계

사이토 히토리 같은 경우, 일본 개인납세 연속 랭킹 1위라고 한다. 돈 정말 많이 버는가 보네 할 수 있지만, 더 놀라운 것은 불로소득 없이 사업소득으로만 이라고 한다. 와, 정말 충격이다. 우리나라는 부자 하면 부동산인가 싶을 정도로 길이 좁아 보이는데 말이다. 그리하여, 나같이 돈에 대해 막연히 열심히 살면 어떻게든 먹고살겠지라는 생각에서 깨어났을 때 도움이 되는 책들이다.

이 전제 조건에 격한 수긍을 하며, 마지막으로 너무나 공감되었던 문구를 투척하고 글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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