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서울과 수도권이 투기지역으로 지정되고 대출이 집 값의 40%만 가능해진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몇 해 전 대출이 70%까지 될 때는 배짱 있는 사람들은 집을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배짱으로는 살 수 없는 시대가 도래했고, 내가 취득하는 주택에 대해 자금조달계획서까지 세밀하게 내야 한다.
내가 가진 돈 플러스 은행 대출을 계산해서 엑셀과 머리를 돌려본 결과, 나는 저 예산에 해당되는 집만 선택지로 보았었다. 물론 다들 살고 싶고 바라는 집은 있지만, 그게 내 예산과 안 맞다면 적어도 지금은 우리 집에게 선택지가 아닐 테니 말이다.
그런데, 지인들이 집을 마련하거나 갈아타면서 요즘 자주 하는 말이 있어서 그 말을 써보려고 한다.
그 말은 바로
"돈이 부족해."
인데, 흠 너무 흔한 말인데 왜 신조어라고 하냐 하면... 앞에 붙는 말 때문에다. 보통 사람들이 예전에는 천만 원이 부족해 삼천만 원이 부족해 이런 식으로 말을 하고 상황이 전개되어갔는데.. 얼마 전 친한 지인 왈...
"2억이 부족해."
나는 그 말을 듣고 너무 어색한 이 단어의 조합에 기겁했다.
"뭐? 2억, 그게 어떻게 부족한 거냐? 2백만 원이 부족하면 내가 줄게. 2천만 원은 부족할 수 있지. 근데 2억은 부족한 게 아니라 없는 거야. "
하하하. 은행에서 최대치 빌리고도 2억이 부족하다면, 2억을 과연 부족한 것이라 표현할 수 있을까?
물론, 올초 지인이 사고 싶어 했던 2억이 부족했던 집은 몇 달만에 4억이 올랐다. 하하하. 그럼 그때 부족한 2억을 은행이 아닌 어디선가 빌려서(?) 샀었어야 하는데 라고 생각해야 할까? 아니면 애초부터 그 녀석과 인연이 아니었던 걸까?
이 아이러니는 언어의 영역인가 생각의 영역인가 사회의 영역인가 어딘가 출발점일까...
1억이 부족하고 2억이 부족하다는 신조어는 아무리 들어도 적응이 안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