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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이시 Dec 11. 2019

쉴 줄 모르는 자에게 내려진 강제 휴식

독감으로 입원

몸이 약해보인다는 말 평생 듣고살았지만 정신력으로 몸을 끌고 다니며 살았다.일중독은 당연하고 뭐든 열심히 또 열심히 하던 내게 강제 휴식명령이 떨어졌다. 독감이란다.


하루 이틀 열나고 말겠지 라는 기대가 무색하게 삼일째 죽음이 가깝다는게 이런말인가 뭔가 단지 긍정적으로만 보긴 어려운 경험을 했다.몸이 껍데기만 있고  비워져가는

듯한 존재의 상실앞에서 남편한테 병원에 가야겠다고 했다.

학창시절 12년 개근에 빛나는 남편님은 주말이니 월요일에 가란다.


흠, 어지럽다는 표현을 자주해서 양치기소녀가 된 내탓인가 하고 침대에 어퍼져 정신이 혼미해져가는 걸 붙잡고 응급실에 전화를 했다. 가장 가까운 서울성모병원은 300 만원짜리 1인실도 대기있을정도라며,

독감이라는 말에 코웃음을 치셨다. 다음은 친정 옆 중앙대병원은 어른독감 환자는 입원불가란다. 그 다음 시댁 옆 한림대병원. 일단 와보라는 말에 병원으로 향했다.


알고보니 대학병원은 어른의 경우 독감사유로 입원자체가 불가하다며 열만 일단 내려보자며 링겔을 놓았으나

듣지않아 해열제를 연달아맞고 얼음주머니를 주며 귀가하란다.


열이  0.1도 내렸을 뿐 여전히  죽음이  가깝게 느껴지던

그 순간, 그냥 촉이 그랬다. 이건 뭔가 다르다 싶은 나는

대학병원이 아닌 종합병원 응급실로 다시 오기에 이르렀다. 어디가 불편한게 아닌 시름시름 앓고있던 나는 해열제 이상의 뭔가가 필요했다. 여기서는 피검사부터 하시더니 백혈구 수치가 정상보다 아주 낮다고 했다.


백혈구가 낮으면 나쁜균과 싸울 우리군사가 없는거란다.


그렇게 나는  독감 5일의 격리가 끝나고도 집에 가지못하고 여전히 입원중이다. 감사히도 독감확진 받은날부터 5일은 무조건 1인실에 격리해야되서 격리병실비 2만원만 내면된단다. 덕분에 1인실을 만끽했고 오늘부터는 30 만원이다. 생각하지말고 편히쉬자했지만 ᆢ건강했으면 호텔에서 하루 지낼 돈이겠다.


병가같은게 없는 직장에서 월급차감하며 일주일쉬는게 불편하지만 그래도 쉬어야 될 타이밍인데도 안쉬니까

억지로라도 쉬게하신 것 같다. 모든 독감환자가 백혈구저하 증상을 겪는건 아니라던 선생님의 말씀에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이 세상에 없으면 어떨까

나는 충분히 사랑했나

늘 애물단지처럼 날 안고살던 남편은 좀 편해질까

사람들이 슬퍼하면 안되는데, 난 좋은곳에 가는데 ...


그거 아프다고 먹지도 못해 걷지도 못해 꿈 따위는 가장 먼저 버리고 가장 늦게 버린건 욕심이었다. 얼마나 살지 모르는데 5 년 뒤 일을 염려한들 뭐할꼬. 입원한 몇 일은 어지러워서 잠만자야했는데, 오늘  좀 나아져 글을써본다.


강제 휴식을 통해 오늘에 감사함을 회복하고, 내 일을 해주고 있는 동료들에 대한 신뢰를 배운다. 인생의 남은 시간들 동안  더 자주 안아주고 웃어주려 한다. 그래 그게 독감이 날 스쳐지나지 않은  이유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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