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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이시 Jun 12. 2022

기억이 선명하다는 고문

나는 모든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많은 기억이 선명하다는 가시를 안고 살아간다. 어렸을 때부터 '추억'이라는 단어를 좋아하려고 애썼던 애처로웠던 이유 중에 하나도 그것이다. 살아있는 모든 기억들은 명백하게 나쁜 기억이 아니라면 추억으로 둔갑시켜서 카테고리화 하는 게 머리 용량에 도움이 되었다. 너무 많은 메모리를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자로서 변명일지도 모르겠다. 


기억이 잘 나면 좋은 것 아닌가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대체로 잊어버릴 수 있는 사람이 나는 능력자라고 생각한다. 기억이 한 장의 그림처럼 이미지화되어 정리되어 있다면 일하는 데, 한 가지 능력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내게 기억은 그때 느꼈던 모든 감정과 워딩까지를 불러일으킨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다지 많은 연애를 하지 않았다는 것 정도 일지도 모르겠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조금 더 바쁘게 살면 과거와 현재를 같이 살고 있는 것처럼 느끼는 지점을 잊을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것 같다. 과거에서 자유해지고 싶은 건지, 과거를 과거로 flat 하게 보관하고 싶은 거였는지 알 수 없으나 모든 시도는 실패했으며 나는 여전히 과거를 선명하게 안고 살아간다. 


기억들을 끝에는 여러 질문들이 걸려 있다. 그때 이해하지 못하고 애써 혼자 삼키며 이해한 척 오해한 묻지 못한 질문들이 심장에 들어차 있다. 지금도 7살에, 13살에, 19살에, 22살에, 25살에 내가 공존하는 이유이다. 한편으로 생각해 본다. 끝내 말하지 못하고 묻지 못한 질문이 내 쪽에만 남아 있는 걸까? 아니면 그 시간을 공유한 자들에게도 남아 있을까?


아니면 내가 너무 빨리 달려왔기 때문에 이것들을 소화될 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아서 여전히 내 짐이 된 것일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면서 과거를 예쁘게 수습하면서 살아가고픈 것도 큰 욕심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인생의 옵션은 그저 그날 만나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는 뿐이라는 것도. 


유명한 부자 분은 돈이 '조금만 더'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는 데, 나는 그렇다. 오늘보다 내일에 '조금만 더' 가벼운 사람이 되고 싶다. 예전의 나와 일관된 모습을 스스로에게 보이는 데 최적화된 기억이 휘발되길, 내일 아침은 그러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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