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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오,보라! 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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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이시 Oct 01. 2022

COVID 19과 함께 하는 삶

코로나가 뉴스에 처음 등장했을 때 만 해도, 코로나가 우리 삶에 이렇게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생각을 한 사람을 없었다. 그건 오보라 씨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가 오보라 씨에게 가장 크게 알려준 것이 있다면, 학창 시절 말로만 듣던 글로벌이라는 단어의 정의였다. 전 세계는 생각보다 가깝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외국의 전염병으로 소개되던 코로나가 우리나라에 나타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증명되었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오보라 씨가 코로나를 실감하게 된 첫 번째 시점은 외출 시 늘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모두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며 마스크를 쓰기도 했지만, 특유의 민폐 끼치기 싫어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은 누군가에게 자신이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도 있다는 뜻이기에 누가 뭐라고 할 것도 없이 모두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다. 그 바람에 마스크는 순식간에 품절이 되어서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에서도 구하기 힘든 것이 되고 말았다. 정부는 발 빠르게 1주일에 1 인당 5개의 마스크만 살 수 있도록 했으나, 그 규칙은 오히려 약국에 주민등록증이나 등본을 들고 줄을 서는 진귀한 풍경을 만들었으며, 시중에는 우스개 소리로 ‘마스크 사는 줄 서다 코로나 걸리겠다.’는 말이 떠돌았다. 심지어 주민등록번호가 짝수인 사람, 홀수인 사람 마스크를 살 수 있는 날이 달랐으니, 90년대까지 존재했던 국민학교 오전반, 오후반 등교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오보라 씨 또한 계속 핸드폰으로 마스크가 있는 약국을 검색해보았고 잔고가 있다고 뜨면 그게 근무시간이라도 달려가야만 했다.  
 
두 번째로 오보라 씨가 코로나가 실감 났던 시점은 오보라 씨의 딸, 마리가 다니는 유치원이 휴원을 했을 때였다. 그전까지 코로나는 조금 불편한 것에 불과했는데, 이 시점부터 코로나는 삶의 형태를 바꿔 버리기 시작했다. 워킹 맘에게 유치원 휴원은 재앙 같은 일이었고, 휴원이 길어지자 동료 워킹 맘들은 휴직하거나, 그 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회사를 그만두고는 했다. 아마 코로나가 IMF  보다도 더 많은 실직자를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나마 오보라 씨는 친정엄마의 도움으로 회사를 그만두지 않을 수는 있었으나 마리의 친구들을 놀이터나 키즈카페에서 만나는 일도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되면서 친구를 만들어 줘야 하는 외동 맘에게 코로나는 주적이 되었다. 예전에는 마리가 TV를 보고 있으면 화가 나고는 한 오보라 씨였지만, 지금은 마리에게 친구가 돼 주고 있는 TV에게 고마울 정도였다. 


그래도 이 모든 것은 백신 패스에 비해서는 나이스 한 이벤트였다. 앞서 말한 변화들은 낯선 루틴들이었지만, 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오보라 씨는 익숙해져가고 있었다. 그때 정부는 백신 1차, 2차를 모든 접종한 사람에 한해서만 백신 패스를 발급하겠다고 하였다. 백신 패스는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신분증, 아니 신분이 되었다. 즉, 백신을 접종하지 않으면 음식점, 마트를 포함한 다중이용 시설의 실내공간에 입장이 불가능하다는 뜻이었다. 마치 놀이동산 입장권 같았다고 하면 너무 미화한 것일까? 백신은 절대로 강제가 아니었지만, 대한민국에서 조금이라도 사회활동에 참여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백신 패스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오보라 씨를 포함한 모두는 정말 궁금했다. 


백신은 정말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를 끝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걸까? 


아무도 정답을 알 수는 없었지만, 언제 나올지 모르는 치료제를 기다리며 제약 회사 주식을 사는 것보다는 백신의 효능을 믿던 믿지 않던 백신을 맞는 게 그나마 코로나의 위험과 사회적 시선으로부터 안전하다는 합의에 모두들 도달한 듯했다. 


백신을 맞으면 평범한 삶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오보라 씨는 과연 백신 접종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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