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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즈도 지원할 수 있는 FNC 오디션 공고 발견!

by 스테이시

이 아이가 아이돌이 될만한 포텐셜을 가지고 있는지 객관적 지표를 얻고 싶어 하던 나는 오디션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해 보기 시작했다. 그 때 혹할만한 정보를 발견했는데, 씨엔블루로 유명한 FNC에서 오디션을 개최하는데, 7살 부터 지원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8살에 선발되면 실제 데뷔까지 몇 년을 연습생으로 있는 건지 가늠해 보면 아찔했지만, 일단 늘 그렇듯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면 도전하자고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한 가지 다행인 점과 한 가지 문제점이 존재했다. 다행인 점은 1차가 현장에 가는 것이 아닌 영상으로 찍어서 내는 오디션이었다는 것이고 문제점은 가요도 거의 들어본 적이 없고, 아직 가수를 포함한 어떤 장래 희망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아이에게 뭐라고 설명하고 어떻게 영상을 찍는 것에 참여시키느냐 하는 것이었다. 자녀가 어느 정도 큰 부모님이라면 모두 공감하시겠지만 아이들의 인생에는 4가지 시기가 있다.


1. 엄마가 시키면 하는 하는 시기

2. 엄마가 시키는 것이 썩 하고 싶진 않지만 어쨌든 하는 시기

3. 하기 싫은 것을 안 하고 하고 싶은 것만 하는 시기

4. 마지막으로 엄마가 시키는 걸 할 껄 하고 후회하는 시기


내가 누군가의 아이로 살아 본 경험 상 이 시기들의 길이는 각각 다르다. 물론 아이마다 다르겠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1번이 대략 7살 정도까지, 2번이 초등학교 때까지, 3번이 30살까지, 4번이 그 후로 평생인 것 같다. 나도 4번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누군가의 아이이자 내 아이는 4번의 시기를 최대한 짧게 가져갔으면 하는 엄마로서의 고민은 깊었다. 내가 PM으로 진행하고 있는 이 내 아이 아이돌 만들기에는 여러 스텝들이 있는데 각각의 단계들은 위에 말한 저 시기의 변화에 맞춰 정교하게 짜여져야 했다.


사실 내가 생각할 때 가장 이상적인 오디션을 보는 시점은 아이가 스스로 의지가 있을 때 이긴 했다. 그 시점은 솔직히 올 수도 있고 안 올 수도 있었다. 내가 깔아 놓은 수많은 복선들로 인해 자연스럽게 아이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질지도 모르고, 혹은 내 바람과 달리 아이가 영 다른데 관심을 가질 수도 있는 가능성도 늘 존재했다. 나는 부모로서 이 녀석이 가지고 있는 특징들을 조합해서 갖게 된 어느 정도의 확신을 가지고 이 길이 있어, 이런 길이 있다니까 라고 외칠 뿐인지 이 녀석의 코를 뚫어 데려갈 수는 없다는 것은 프로젝트 초반부터 인정하고 시작해야 했다.

다행히 FNC의 오디션을 만났을 때 우리 아이는 위에서 말한 것 중에 1번의 단계의 막바지 였기 때문에 설득하는데 아주 어렵지는 않았다. 시작은 말이다. 대신 유일하게 아는 노래인 그 당시 엄청난 유행이었던 지코님의 '아무 노래'를 부르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오디션 곡으로로 선택하기엔 부르는 사람이 가진 특성을 잘 나타내기 어려운 곡이었는데 그때는 일단 참여시키는데 급급해서 그런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우리는 핸드폰으로 영상을 찍기 시작했는데, 우리의 동상이몽은 금방 한계를 드러냈다.


나는 오디션에 조금이라도 완성도 높은 영상을 내야 된다고 계속 다시 찍길 바랐고, 아이는 그런 나를 이해할 수 없었다. 사실 그 녀석은 오디션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도 와닿지 않았을 것이고, 더 잘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된다는 것이 어느 정도 노력을 이야기 하는지 가늠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 녀석 입장에서는 엄마가 노래 한 곡만 하면 된다고 했고, 그럼 엄마가 녹화 한 번 하겠다고 해서 흔쾌히 노래를 한 것인데, 엄마의 계속 다시 해볼까 라는 말은 납득이 될 리 만무 했다. '난 엄마가 원하는 걸 해줬는데, 왜 엄마가 기뻐하지 않지?'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이의 눈에 서서히 비치기 시작하자 나는 밀어붙이지 않고 일단 후퇴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나는 어느 정도 선에서 더 나은 영상을 찍는 것을 포기했다. 사실 원하는 퀄리티의 영상이 나오지 않자 약간의 자포자기와 의심의 마음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 녀석 재능이 없는 건가 하고 말이다. 참, 몇 년이 지난 이 글을 쓰는 이 시점까지도 저 질문은 주기적으로 나를 방문한다. 어느 때 보면 "오 ~ 노래 괜찮은데!" 했다가 어느 날 보면 "그냥 노래를 좋아하는 정도 인가?" 싶다. 그렇게 부모인 내가 확신을 갖는데 외부의 물리적 도움을 받으려 했던 이 시도는 처참히 아니 조용히 1차 광탈로 마무리되었다.


그때 마침 아이는 피아노에도 흥미를 잃어 가는 것 같아 보였다. 참, 그 시기가 그랬다. 확신의 게이지는 조금씩 내려가는 것이 아닌, 뚝 수직 낙하를 그렸다. 결국 나는 이 녀석에게 일반적인 공부의 길을 제시해야 된는 건가 라는 생각에 더 물을 주기 시작했다. 그때 1학년이었는데, 그 녀석의 스케줄은 어학원, 소마 수학 학원, 코딩 학원, 반 축구 이렇게 되었다. 즉, 음악에 대한 스케줄이 제로에 수렴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내가 아는 어떤 중학생이 오디션에 3번 떨어져서 이 길을 접었다 길래, "야, 3번이 뭐야? 30번은 보고 말해!"라고 말한 나였지만, 나 역시 한 번에 오디션에 통과하지 못하자 마음이 갈대보다 심하게 흔들리고 말았다. 사실 8살에 올린 30초 짜리 영상 하나로 이 녀석의 인생이 단 번에 바뀔 수 있다는 것에 너무 많은 기대를 한 내가 잘못이었다. 하지만 내 마음이야 뭉그러지든 말든 감사히 아이는 타격감이 1도 없었다. 아이는 코딩 학원이 재미있다며 다른 영역에 흥미를 보이는 모습을 보여줬고 한 동안 음악은 팬텀처럼 내 마음속에 지하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그래, 요즘 같은 시기에 코딩 배워서 공대 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라는 말로 나를 위로하던 몇 달의 잠행은 사실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내가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초등학생에게 적합한 오디션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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