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서울시 소년 소녀 합창단 1트 도전!

by 스테이시

때는 코로나가 끝난 가던 2021년이었다. 초1 아이의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하던 엄마의 광기는 멈출 줄 몰랐다. 사실 한 번의 영상 오디션에서 실패(?)를 맛보면서 주춤하긴 했지만, 아이에게 음악적 씨앗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완전히 놓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아이돌이 되기 위한 직진 코스 말고 또 다른 경로가 없을까 하고 내 뇌를 계속 새로 고침하고 있었다.


그러다 번뜩 6살 때 사설 합창단에 넣으려고 했던 시도가 생각났다. 이제 녀석은 초등학생이 되었고 어쩌면 어린이 합창단에 시험 볼 수 있는 나이가 된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내 마음은 다시 연료를 보충한 난로처럼 타오르기 시작했다. 어린이 합창단으로 서치를 해보니 서울에는 자치구별로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몇 개의 00구 어린이 합창단들이 있었고 나도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있는 리틀엔젤스예술단과 월드비전 합창단이 유명한 듯했다. 하지만 역시 내 눈에 들어와서 콱 박힌 건 서울시 소년 소녀 합창단이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딱 내가 그랬다. 내 아이가 노래에 재능이 있는지 확신도 없는 상태에서 엔트리 레벨도 아닌 게임의 왕중왕전에 도전하겠다는 마음을 굳힌 나는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찾기 위해 인터넷서치를 시작했다. 그리고는 서울시 소년 소녀 합창단에 합격시킨 사례가 있다는 음악 선생님을 찾아 바로 전화를 때렸다.


아이가 1학년이고, 아이를 합창단에 넣는 것에 관심이 있다고 말씀드리자 서울시 소년 소녀는 2학년 하반기부터 지원이 가능한 것도 있고 해서 월드 비전 쪽이나 리틀엔젤스 쪽을 말씀하셨던 것 같다. 그때 알게 되었던 것은 보통 다른 합창단들에 들어가서 1-2년 정도 활동을 하다가, 준비가 되면 서울시 오디션을 본다는 것이었다. 그 외에도 나는 궁금한 것들을 엄청나게 폭포수처럼 쏟아내었고 전화를 끊고 보니 약 40분간의 통화로 기록되었다. 내가 가장 궁금했던 것은 절대 음감이 아니어도 서울시 소년 소녀 합창단 같은 큰 합창단에 합격할 수 있는지 였고, 선생님께서는 절대 음감이면 당연히 훨씬 유리하지만, 절대 음감이 아니어도 가능성이 없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하셨던 것 같다.


가능성이 1%라도 있다면 도전한다는 내 철칙에 따라 일단 일주일에 한 번 토요일에 동요 레슨을 시작해 보기로 했다. 남편은 음악적 가능성이 없을지도 모르는 아이에게 이 투자를 한다는 것에 완전히 동의를 한 것은 아니지만 감사히 늘 내 결정에 따라주었고 중간에서 아이를 독려하는 역할을 해주었다. 물론 주차가 복잡하고 어려운 대치동에 일주일에 한 번씩 가는 것도 남편 몫이었다. 보통 내가 육아와 교육의 전략을 짜면 남편은 묵묵히 그것을 실천해 주었고, 우린 그런 팀워크를 했다.


감사히 아이는 동요 레슨을 좋아하였다. 아니 거부감은 없었다. 몇 시간씩 앉아서 문제를 풀어야 되는 다른 학원들과 비교했을 때 동요 레슨은 재미있는 것에 속했을지도 모른다. 사실 동요 레슨을 시작할 때 아이에게 합창단 시험을 볼 것이라는 마스터 플랜을 공유한 것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아이의 마음이 꺾이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내가 어렸을 때 나는 글을 곧 잘 쓰고는 했는데, 감사히 엄마가 그것을 캐치해 주셔서 몇 번의 글쓰기 대회에 나가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계속되는 입상 실패 그리고 내 글을 빨간 펜으로 직접 고쳐주던 엄마의 행동에 나는 결국 글쓰기에 마음을 닫게 되었던 전력이 있었다. 내가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고 첫 책을 출간한 건 그 뒤로 30년이 넘어서 였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나는 아이가 재능이 있는 분야에 미리 질려버리지 않도록 세심하게 밀당을 하기로 결정했다. 본인이 의지가 생겼을 때 도전할만한 자신감과 자존감은 꼭 남겨두어야 했다. 어린 나이에 너무 많은 실패를 겪어서도 안되고, 너무 많은 칭찬만 받아서도 안된다. 너무 많은 실패는 도전할 자신감을 잃어버리게 하고, 너무 많은 칭찬은 노력하지 않는 게으름을 양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요 레슨을 통해 합창단이라는 또 다른 한 발을 내디딜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혹시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아이가 노래를 좋아하게 되고 노래가 조금이라도 는다면 실패한 투자는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아이가 처음 배운 노래는 '달팽이의 하루' 였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그리고 '미소(김남삼)', '초록 오케스트라', '하늘 친구 바다 친구', '친구가 되는 멋진 방법' 등의 노래를 익혀가기 시작했다. 참 그 과정들 가운데 선생님께서 속 시원하게 "이 정도 노래 실력이면 서울시 합창단 될 수 있어요." 혹은 "이 정도면 노력해도 안 될 것 같습니다."라고 말해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합격을 장담할 수 없는 것도,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고 그만두라고 하는 것도 선생님께는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선생님께서는 합창단 활동을 해보는 것 자체가 목적이면 조금 더 들어가기 덜 까다로운 다른 합창단들을 먼저 도전해 보라고 말씀하시기도 했지만, 맞벌이를 하는 상황에서 평일 이틀을 가야 되는 합창단 혹은 합격해도 회비를 내야 되는 합창단에 발 담그는 것도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이 밖에도 요즘은 위에 언급하지 않은 정말 많은 사설 합창단이 생기기도 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한 달에 몇 십만 원씩 기본 회비를 내고 공연이 있을 때는 또 따로 공연을 위한 의상, 헤어 메이크업 비용들을 지출해야 되는 구조가 많기 때문에 선뜻 다가가기 어려운 영역이기도 하다. 그렇게 나는 일단 합격하면 모든 것이 무료라는 서울시 소년 소녀 합창단에 더욱더 끌리게 된 것이다.


그렇게 서울시 소년 소녀 합창단에 도전을 시작할 수 있는 2학년 가을이 도래했다.


keyword
이전 09화키즈도 지원할 수 있는 FNC 오디션 공고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