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회고] VoC? 페르소나? 고객 쫓다 망한다

퇴사 부검 다섯 번째 일기

by Stan

혁신의 걸림돌, VoC와 페르소나


"사업 기획을 하는 데 VoC와 페르소나를 활용하는 것은 정석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다루는 스타트업에는 이러한 접근이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왜 그럴까?"



기법의 타당한 이행 여부보다 더 중요한 건 그 기법이 왜 실패를 초래했는지 파악하고, 대안을 고민하는 것이다. 혁신적 사업 아이템일수록 VoC와 페르소나에만 의존하는 접근법은 성공보다는 실패를 부를 가능성이 크다.





고객을 쫓았더니, 기회도 놓쳤다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협업 기회를 얻게 되면 이는 흔히 "레퍼런스 확보"라는 명분으로 받아들여진다. 대기업의 무상 PoC(Proof of Concept) 요구를 거절하기는 쉽지 않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대기업과의 협업은 다음 라운드 투자 유치에 중요한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상 PoC의 함정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은 정치적 이유나 내부 KPI를 충족하기 위해 스타트업을 선택할 뿐, PoC가 실계약으로 이어지지 않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이 과정에서 스타트업은 리소스를 과도하게 투자하고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해 무너진다.



명심하라. B2B 시장에서는 돈을 내는 사람만이 진짜 고객이다. 대기업의 네임밸류보다 실질적으로 구매 가능성이 있는 고객을 찾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고객의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의견보다는, "이건 불편하다"며 개선을 요구하는 고객이 가치 있다. 실제로 돈을 지불하면서 피드백을 제공하는 고객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파트너다.



현재의 니즈, 혁신의 함정일 수 있다


VoC는 고객의 현재 불편함을 개선하는 데 유용하다. 하지만 혁신적인 사업 아이템에는 반드시 시장 적기 격차(Market Timing Gap)가 존재한다. 고객들은 자신의 고충에 기반한 피드백만 제공한다.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가치를 인지하거나 요구하는 경우는 드물다.



혁신적인 사업 아이템으로 성공하려면 VoC에 의존하기보다는 시장 인식을 끌어올리고 고객을 설득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다시 말해 고객의 니즈와 우리의 아이템 간 간극을 메우기 위한 전략적 고민이 필요하다.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고 개척하려면 초기 고객이 아이템을 활용하면서 겪는 진짜 어려움을 들어야 한다.





레퍼런스보다 중요한 것은 실계약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협력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PoC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Market Timing Gap이 큰 혁신적 아이템은 증명을 위한 긴 여정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대기업의 요구대로만 PoC를 진행하다 보면 일회성 관계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PoC를 할 때에도 단순한 테스트가 아닌 가설 검증과 상호 발전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PoC 진행 시 반드시 조건부 계약을 유도해야 한다.

사실상 BD(Business Developer)의 역량이 제일 중요하다. 조건부 계약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포함해야 한다.


고객이 원하는 니즈와 목표를 명확히 설정

이를 달성한 후, 스타트업의 가설도 검증할 수 있는 후속 단계를 포함

PoC 이후 지속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관계 구축


지켜야 할 것

PoC 시작 전, 서로의 가설을 명확히 정의하고 성공 기준(Success Criteria)을 명문화한다.

PoC 종료 후에도 협업을 이어갈 조건부 계약을 포함해 실계약 체결로 이어질 기반을 마련한다.

대기업의 요청에만 맞추기보다는 스타트업 스스로의 방향성을 고수하며, 타깃 고객에 맞는 검증을 진행한다.




혁신은 고객이 아닌 시장을 설득하는 것


스타트업의 핵심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기존 시장을 변화시키는 데 있다. 혁신적인 사업 아이템일수록 VoC와 페르소나가 제시하는 당장의 니즈에 얽매이기보다, 고객을 설득하고 시장을 교육하며 인식을 변화시키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 레퍼런스 확보와 Market Gap 극복은 단순한 거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 관계로 발전해야 한다.



결국 스타트업의 성공은 '돈을 주는 고객'과의 동반 성장에 달려 있다. 혁신은 고객의 현재 목소리에 머물지 않고, 시장을 설득하고 움직이는 데서 시작된다.



여러분의 혁신도 그곳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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