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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늑대아이 Sep 14. 2023

울음소리_8

#2023 #아르코문학창작기금 #발표지원선정작 #단편소설





 선경의 남편은 국민의 안전 불감증에 대해 일침을 가하며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지하철 화재 사고의 몇 안 되는 생존자였다. 늘 죽고 못살 만큼 죽이 잘 맞았던 세 명의 단짝 친구는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그가 어떻게 살 수 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말을 잃어버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친구의 부모들은 가벼운 타박상만 입고 무사히 돌아온 그를 억울해했다. 자식을 잃은 부모들은 함께 죽지 않은 것을 원망이라도 하듯 모든 분노를 그에게 쏟아 냈다. 그는 그 분노에 대해 어떤 저항도 하지 않았다.  

 선경의 남편과 친구들은 가까스로 지하철에서 빠져나와 철로를 따라 다음 역까지 걸어갈 계획을 세웠다. 소년들은 모두 함께라면 칠흑 같은 어둠 속을 나란히 걸어가도 괜찮다 싶었다. 아직 어둠뿐인 공간에서 그들은 이미 위험한 고비를 넘겼다고 안심했다. 근심이 사라진 마음은 우쭐해졌고 왕성한 혈기는 그들의 판단력을 흐렸다. 곧이어 들이닥친 지하철은 그들이 어찌해 볼 도리도 없이 세 명의 친구를 순식간에 앗아갔다. 그는 자신이 밟고 있는 땅조차 보이지 않는 어둠에서 철저히 혼자가 되었다. 고독이 훅 끼쳐와 그를 덮었다. 그러자 방금 전까지 들었던 친구들의 목소리가 그리워졌다. 소년은 그들이 남기고 간 대화들을 떠올리며 앞으로 내달렸다. 

 “난 오늘 엄마한테 뒈졌다.”

 “학원 띵까니까 완전 좋아.”

 “씨발, 죽을 뻔했네.”

 선경의 남편은 내내 무력함에 시달렸다. 자신이 전동차를 멈추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면서 계속 그 장면을 되풀이했다. 잔인한 친구들의 부모는 그들의 기일이 돌아올 즈음이 되면 어김없이 연락을 해 왔다. 남편은 그때마다 자신의 손목을 그었다. 죽고 싶다는 의지라기보다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괴로움을 떨쳐 버리기 위한 의식이었다. 시어머니는 하나뿐인 아들을 위해 모든 인내를 바쳤다. 차츰 일상으로 돌아오는가 싶다가도 불쑥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몇 개월씩 바깥출입을 하지 않았다. 병원에서는 트라우마로 인한 행동 장애라는 판정을 내렸다. 그가 이겨 내기 위해서는 자신이 하는 일을 성실하고 꾸준하게 해내는 것뿐이라고 했다. 다른 생각이 들지 않도록 무조건 현실과 밀착되어 살아가도록 만들지 않으면 결국 삶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행히 아들은 시어머니의 말을 고분고분 잘 들었다. 약도 꾸준히 먹고, 공익 근무 요원으로 근무하며 병원 치료도 계속되었다. 선경의 남편이 안정을 찾고 약도 더 이상 먹지 않게 되어 일상생활에 매진하기 시작한 건 불과 3년 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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