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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일주일째 출근을 하지 않고 입던 차림 그대로 거실에서 내내 속보만을 지켜보았다. 그 안에는 살기 위해 바다로 뛰어내리는 사람들의 모습, 배에 탑승해 극적으로 구조된 사람들의 인터뷰 장면, 배 안에서 아직 구조되지 못한 사람들의 명단, 정부 당국의 뒤늦은 대응을 비판하는 평론가들의 설전 등이 앞다투어 보도되었다. 남편은 현재 상황을 발 빠르게 알려 주는 채널보다 남은 가족들이 눈앞에 바다를 두고도 구하러 가지 못해 오열하는 장면이나 서로를 보듬으며 무사히 살아남은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 그리고 한 명이라도 구해 내지 못한 아쉬운 탄식들을 계속 반복해서 지켜보고 있었다. 선경이 아는 한 배에 탄 사람 중에 남편이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어주며 자신의 일상을 아무렇지 않게 포기하는 남자의 속내를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선경은 텔레비전을 껐다. 남편은 텔레비전을 켰다. 그녀는 또 텔레비전을 껐다. 그는 다시 텔레비전을 켰다.
“정말 출근 안 할 거예요?”
선경의 마주한 남편의 눈은 이미 텅 비어 있었다. 그의 입은 어떤 말도 할 수 없을 것처럼 무겁게 다물어져 있었다.
“진짜 왜 그래?”
선경은 무엇보다 남편을 이해할 수 없는 자신 때문에 미칠 것만 같았다. 그저 그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일상으로 돌아가 주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남편의 회사로부터 최후통첩을 알리는 전화를 받고 나서야 선경은 시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시어머니의 반응은 의외였다. 마치 짐작하고 있었다는 듯 냉랭하고 차분한 목소리였다.
선경이 시어머니의 방문을 기다리는 사이, 남편은 선경이 드레스 룸으로 만든 좁은 방에 텔레비전을 옮기고 문을 굳게 닫아 버렸다. 선경이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안에서는 말이 없었다. 시어머니가 도착했지만 소용없었다.
“지금 뭐 하자는 거야? 이렇게 일방적으로 문 닫고 들어가면 어쩌자는 거야? 최소한 내가 납득할 수 있도록 이 상황을 설명해 줘야 하는 거 아냐?”
선경은 시어머니의 불편한 표정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방문을 걷어찼다. 방 안에서는 남편이 볼륨을 높였는지 텔레비전 소리만 더 크게 들려왔다. 큰 소리에 놀란 아기가 낮잠을 자다 말고 울음보를 터트렸다. 시어머니는 달려가 우는 아이를 달래며 굳게 닫힌 방문 앞에 섰다.
“들리니? 니 새끼 우는 거 보여? 니 탓 아니잖아. 이러지 말고 나오자.”
아기는 낯선 할머니의 손길에 더욱 거세게 울어 대고 있었지만 시어머니는 울음소리를 들려주려는 듯 아기를 달래지 않고 방문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 선경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훌쩍훌쩍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아기도, 그녀도, 시어머니도 모두 방문 앞에 서서 울었다.
“넌 재석이 팔뚝에 난 흉터 본 적 없니?”
선경은 시어머니의 말씀을 듣자마자 그 울퉁불퉁했던 감촉이 되살아났다. 흉하게 아물어 있던 남편의 손목. 그저 쉽게 지나갈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그 흉터가 지금 남편의 행동과 무슨 심각한 관계가 있을 것만 같아 벌써부터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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