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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늑대아이 Sep 14. 2023

울음소리_1

#2023 #아르코문학창작기금 #발표지원선정작 #단편소설 





 새벽녘, 곧 선경의 남편이 될 사람은 졸음이 몰려오는 그녀를 향해 자신의 손목을 내보였다. 불쑥 내민 손목엔 자해의 흔적이 꽤나 여러 번 거칠게 남아 있었다. 선경은 자신이 왜 그 흉터를 보지 못했을까 생각하다가 유독 화려하고 큰 그의 손목시계가 떠올랐다. 남자는 선경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그녀는 쏟아지는 잠을 주체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남자가 민망하지 않도록 선경은 남자의 손목에 난 흉터를 가만가만 매만져 주었다. 아주 미약한 존재를 다루듯이. 그녀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던 남자는 선경을 있는 힘껏 끌어안았다. 그의 체온이 닿자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스르르 잠에 빠졌다. 남자는 최근 리모델링을 마친 도심의 모텔에 누워 자신의 품속에서 하염없이 편안한 선경을 밤새도록 바라보았다. 

 곧 결혼할 사이긴 했지만 선경은 남자와 새벽부터 모텔을 나서는 자신의 모습이 꼴사납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해는 아직 뜨지 않은 모양이다. 하지만, 주차장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중국인 관광객들을 태우기 위한 관광버스 기사들이 옹기종기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선경은 누구 하나 자신에게 눈길을 주지 않음에도 잘 여며지지 않는 코트 깃을 세워 최대한 낯을 가렸다. 그런 모습이 귀여웠는지 남자는 그녀에게 다가가 애써 빗은 머리를 흐트러뜨리며 차 문을 열어 주었다. 선경은 누가 볼세라 냉큼 차에 올라탔지만 차 안은 이가 저절로 부딪칠 만큼 추웠다. 그는 시동을 걸고 히터의 온도를 최대한 올렸다. 그러고는 자신의 코트를 활짝 열어 그녀를 그 안에 품어 주었다. 선경은 그의 품 안에서도 계속 이를 부딪쳤다. 남편이 될 사람은 크게 한 번 웃더니 급작스레 선경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두 사람은 차 안이 따뜻해질 때까지 깊숙한 키스를 나눴다. 그녀의 몸은 계속 부들부들 떨렸지만 아랫도리는 후끈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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