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쳇바퀴

by 이용수

김영민 교수의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읽다가 '삶의 쳇바퀴를 사랑하기 위하여' 글에서 멈추고 오래 생각 중이다.


요즘 머릿속을 흐릿하게 부유하는 두 문구가 있다. '목적을 가져라'와 '목표를 가지지 마라'. 목적은 의미이다. 무한하다. 목표는 상태다. 유한하다. 목적이라는 한 발을 디디고 다른 한 발인 목표를 바꾸는 것이 피봇팅이다. 목표를 달성한다고 목적에 도달하지는 못한다. 직에 올랐다고 업을 이룬 것은 아니다. 인간의 뇌는 끊임없이 목표를 묻는다(*). 목표 위에 선 다음에도 삶은 계속된다. 목적으로 가는 길 중간에서 삶은 끝난다. 우리는 모두 미래의 시체일 뿐이다(**).


'삶의 쳇바퀴'라는 문구가 역설적인 단서를 던진다. 하루 속에서 모두 완결하는 삶. 아이를 지키고 아내 곁에 있고 오늘 한 몫으로 삯을 얻는 삶. 일상 자체가 목적이고 목표인 삶. 이 하루가 매일 온전하게 다시 돌아오는 삶.


그러고 보니 기시감이 든다. 오래전 본 만화 <자학의 시>는 내내 밥상을 뒤집다가(딱 쌈마이인데) 여자와 남자의 서사를 되짚으며(퍼런 상처 위에 함박눈을 쌓으며) 삶의 처연한 진실에 이른다.


'인생에는 그저 의미가 있을 뿐입니다.'



(*)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가 TV프로그램 집사부일체 '인간수업' 편에서 한 말

(**) 화가 프렌시스 베이컨이 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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