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월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김연수 <너무나 많은 여름이>
'사랑은 지금의 내 마음과 몸으로 하는 일이지, 과거나 미래의 몸과 마음으로 하는 일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언제나 지금의 몸과 마음을 긍정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게으를 수도 있는, 지금의 몸과 마음으로도 수월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어찌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김연수 <너무나 많은 여름이>
사랑의 모양은 산책길에 마주치는 나무들 같다. 양 옆으로 줄지어 하늘을 덮은 벚나무 길은 우리를 다른 세계로 데려간다. 높고 넓은 녹음 아래 여름이 식는다. 낙엽 밑에서 축축한 세월이 마른다. 땅땅한 흙속에서 새순은 불가능한 일을 해낸다.
알고리즘이 '나영석의 나불나불'에 데려왔다. 배우 염정아가 나왔다. 나영석이 말하길, 이렇게 재미있는 사람인 줄 몰랐지, 그런데 조심하는 것도 있어. 염정아는 남편에게 아이들에게 누가 되는 일이 생길까 봐 그렇다고 한다. 몸에 딱 배였다고, 격정 멜로, 불륜 이런 연기는 할 수 없다며 웃는다.
이어서 알고리즘이 '불륜이 어디에서 발생하는 줄 아느냐'는 미끼를 단 영상을 보내왔다. 난감한 맥락이다. 일부러 찾아가는 모임에서든 매일 옷깃을 스치는 사무실에서든 치정은 지금밖에는 없다는 상태일까 아니면 과거나 미래로 도피한 상태일까.
수월하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라니. 김연수의 소설집 제목이기도 하고 마지막 편인 <너무나 많은 여름이>를 읽다가 멈췄다. 지금 이 자리의 나무가 지금 이 순간의 일을 하듯이 과거로 가지 않아도 미래로 가지 않아도 수월하게 숨을 쉬는 것. 김연수 작가의 말마따나, 산책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