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산책 루틴이 반년을 넘었다. 집을 중심으로 세밀한 지도가 머리에 놓였다. 회사 인간에겐 존재하지 않던 지역사회가 발견됐다. 생활의 틈새를 메워주는 소상공인들이 존경스러워졌다. 종적을 모르겠던 내 세금의 쓰임에 감사와 감시의 마음이 생겼다.
서쪽으로 고척, 남쪽으로 문래, 동쪽으로 목동 앞단지에 이르기까지 산책 반경도 넓어졌다. 걸음으로 두 시간 정도의 거리는 만만하다. 아지트를 심는 재미도 쏠쏠하다. 북 빼고 동서남 꼭짓점에, 준수한 팥빙수 집이 하나씩 있다. 보슬보슬한 우유 얼음에 구수한 팥과 쫄깃한 떡이면 더 바랄 게 없는 게 팥돌이의 인생이다. 가격이 3분의 2 정도면 더더더 바랄 게 없겠으나. 가뜩이나 우유값이 오른단다. 살살 살기에도 견제구가 많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