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보상

by 이용수

신재용 서울대 교수 저자 직장으로 <공정한 보상>(2021, 홍문사) 강의를 들었다.


21년 1월 SK하이닉스에서 4년 차 직원이 모든 임직원에게 메일을 썼다. 보상이 책정되는 기준, 구조를 설명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CEO는 EVA를 기준으로 보상한다고 가르쳐주는 답신을 했다. EVA는 개념이 어려워 성과와 직관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가르치는 식의 태도도 문제였다. 논란이 커졌다. CEO는 영업이익의 10%를 보상 재원으로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룹 오너 선에서 결정되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논란은 사그라졌다. 여기까지 2주 안에 일어난 일이다. 1년 후 회사는 약속을 지켰다 (일부는 주식에 연계하기도 하면서). 서울대 학생들 분위기만 보아도 SK하이닉스를 삼성전자보다 선호하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한다. 신 교수는 주니어인 직원이 전체 임직원에게 메일을 쓴 사실에 큰 충격을 받고 - 라떼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 젊은 세대를 연구하게 되었다고 한다.


MZ세대는 세상을 '교환'의 틀로 본다. 어느 시대보다도 열심히 살고 있으나 투입 대비 보상이 너무 적다. 서울대 독문과 출신 선후배를 예로 들면서, 과거 90년대 선배는 학점이 낮아도 자격증이 없어도 대기업에 추천받아 입사했지만(나도 경험이 있다.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학과 선배가 와서 꽃등심 사주면서 입사를 권하던 시절이었다), 지금 후배는 높은 토익점수, 높은 학점, 여러 인턴경험으로도 대기업 스무 곳 이상에 입사서류가 통과되지 못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 전환한 사례도 같은 맥락에서 MZ세대의 반발을 샀다. 투입 대비 보상이 너무 커서이다. MZ세대는 능력주의를 원한다.


그러면 능력주의는 공정한가? 마이클 샌델 교수는 <공정하다는 착각>(2020, 와이즈베리)에서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능력주의에서 승자들은 오만해진다. 패자를 노력이 부족한 사람으로 본다. 사실은 부유한 환경일수록 대학에 가기 쉽다. 심지어 노력하는 기질도 유전된다. <The Genetic lottery>(캐스린 페이지 하든)에서도 노력하는 기질의 60% 정도는 유전적 요인이라고 한다. '운'이 작용하는 요소를 되도록 빼야 한다. 강의 후 질의응답 시간에, 성과 보상에서 어떻게 운을 제거할 수 있는지 질문이 있었다. 신 교수는 정량화된 절대 수치를 KPI로 설정하면 업황 등에 영향을 받으니 상시 피드백 제도를 통해서 기대 수준을 조정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라고 했다. 성과등급별 강제 비율을 할당하는 방식(예를 들어, S, A, B, C, D로 나누고 D는 무조건 10% 할당하는 식)을 탈피하는 회사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부서별로 보상 예산을 주고 그 안에서 관리자가 알아서 배분하게 한다. 연말에만 평가하지 않고 분기별로 관리자와 소속 직원이 면담하여 잘된 점, 부족한 점을 점검하면 최종적으로 보상이 책정되었을 때 납득할 수 있다. 다만 관리자들은 이런 방식을 꺼려한다. 면담 자체가 힘들고 시간이 많이 들고 더구나 본인에게 이득이 생기지도 않는다.


나는 이 논제에 깊이 공감한다. 내 첫 직장(전통적인 국내 대기업)은 성과등급을 나누어 등급별 비율을 강제하는 방식이었다. 획일적으로 점수가 부여되니 승진 대기자에게 좋은 등급을 할당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 회사(컨설팅 회사)는 업의 특성도 그렇고 프로젝트별로 평가하는 방식이었다. 승진자는 직속 상사, 관련부서, 동료 등을 포함하여 구성된 승진자 검토 보드에서 결정되었다. 합리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 회사(외국계)는 성과 등급을 나누지 않고 반기별 면담에서 잘한 점, 아쉬운 점을 피드백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이 한국으로 물 건너온 모양이다. 개개인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지만 누구는 더 주고 누구는 덜 준 이유가 불분명해질 수 있어서 나름의 기준으로 상대적 조정을 하게 된다. 보상 방식에 정답이 있을까 싶다. <규칙 없음>(리드 헤이스팅스, 에린 마이어, 2020, 알에이치코리아)에서 말하길 넷플릭스는 성과 평가를 하지 않고 회사에 남을 것이냐 떠날 것이냐를 묻는다고 한다. 저성과자를 보상을 적게 주는 식으로 함께 데리고 갈 생각이 없다. 최근에 읽은 <당신은 다른 사람의 성공에 기여한 적 있는가?>(이소영, 2021, 퍼블리온)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성과 평가 방식이 소개되어 있다. 사티아 나델라는 쇠락하던 MS를 살렸다. 클라우드를 핵심사업으로 내세우는 등 사업적인 요인도 있으나 조직문화를 완전히 뜯어고친 것이 주효했다고 저자는 얘기한다. 참고로, 저자는 마이크로소프트 코리아에서 HR담당 임원이다. 전임 CEO들을 보아도 엘리트주의 문화, 내가 잘하면 되는 문화였다. 새로운 성과 평가 방식은 협력에 방점을 두고 세 가지 측면을 본다. 내가 잘해서 성과 난 것, 남을 도와서 성과 난 것, 남이 나를 도와줘서 성과 난 것. 내가 몸담은 회사도 내가 잘하면 되는 문화, High performing culture를 오랫동안 유지했다. 덕분에 회사가 크게 성장한 면이 있다. 그러나 성장의 정점에서 발목을 잡고 있다. 모든 회사에 들어맞는 성과평가방식, 보상 방식은 없다. 넷플릭스는 그들의 성공 경험에서 현재의 방식이 유효할 뿐이다. MS는 실패 경험에서 현재의 방식이 유효해졌다.


보상의 다른 측면은, 내 실력을 키워주는 회사이냐는 점이다. 임원이 더 이상 목표가 아니다. 이 회사를 평생 다닐 생각이 없다. 나에게서 회사명을 뺐을 때 나에게 무엇이 남는지를 고민한다. 실력 있는 상사, 동료와 일하는 것이 복지다. 배민에서는 '최고가 되어 떠나라'라고 한다. 이는 당신을 최고로 만들어주겠다는 자신감이라고 신 교수는 해석한다. 나도 직원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다니는 회사를 내 바운더리로 삼으면 노예가 된다. 승진 못하면 죽고 싶어 진다. 시장에서 내가 경쟁력이 있는지를 봐라. 회사를 위해 일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본인을 위해서 일하면 된다. 그러면 회사도 잘되고 오히려 회사에서 성공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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