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용수 Dec 18. 2022

다중우주는 액션 히어로 몫이 아니더라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보고

전 지구인을 만족시키려는 블록버스터나 인간의 심오한 지점을 건드리는 영화 둘 다 요즘은 관심 밖이다. 볼 때 즐겁지만 새로운 게 없는 경우 아니면 너무 생각이 많아져 머리가 무거워지는 경우다. 막무가내만 아니면 B급 영화에 대체로 후하다. 신선해서다. 영화 헌트 - 이정재 감독의 영화 말고, 베티 길핀이 주연한 2020년 영화 - 가 그랬다. 지배하는 자와 지배받는 자의 관계를 뒤집고 섞는다.


양자경에게는 '예스마담'의 향수가 있다. 멋진 누님 이미지. 작년에 그녀가 출연한 '건파우더 밀크셰이크'라는 영화를 봤다. B급 정서이긴 한데 기시감이 많은 평이한 영화였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잘 빠졌다고 해서 어제 보았다. 오, 그랬다. 경쾌한 B급이다가 감동 드라마로 마무리된다.


이 영화가 어디로 가려나 싶은 전개를 지나고 나면, 가족이야말로 지지고 볶는 극한 체험 삶의 현장이면서 수많은 다중우주 속 '나의 인연들'을 한꺼번에 치유할 수 있는 출발점이라는 결말에 다다른다. 이건 나의 해석이다. 영화에서는, 그 많은 양자경 중에서 가장 궁색한 인생이라서 선택됐다고 한다. 그럼에도 가족으로 이어진 인연을 감독이 선택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살아가는 동안 매 선택의 순간마다 인생은 양갈래로 갈라져 (각기 다른 우주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그 많은 나의 인생들은 모습이 다를  뿐 같은 맥락 - 영혼은 하나라서? - 으로 서로 이어져있다. 부자이든 아니든 사람이든 아니든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동질적인 정서이다. 미워하고 미안하고. 무시하고 그립고. 싸우고 다정하고.


양자경은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상을 받을 것 같다. 남편 역을 맡은 키 호이 콴은 - 영화 보고 나서 검색하다가 알았다 - '인디아나 존스'의 그 소년이었다. 아역으로 잘 됐지만 당시 동양계 배우에게는 기회가 적어 무술 지도 쪽으로 빠졌다가, 세월이 흘러 동양계 배우들의 입지가 달라진 것을 보고 다시 연기에 도전했다고 한다. 그도 전우주적인 치유의 순간을 맞이한 것이 아닐까. 프로필을 보니 나와 동갑이다. 이 정도의 인연도 전우주적이길 바라며 그저 응원할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에이(A) 했으나 아이(I)고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