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아 씨는 제일기획에서 부사장에 올랐다. 부담감이 너무 컸다. 직을 잘하지 못하면 물러나야 한다는 신념으로 스스로 내려왔다. 쉬었다. 다시 사회에 쓰이고 싶었다. 지금 최인아책방 주인이다.
김철호 씨는 글맥학원을 차려 크게 성공했다. 30여 년이 지났다.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귀농을 했다. 몇 년을 쉬었다. 좋은 먹거리를 만들고자 최북단인 양구에 대규모 사과 농장을 설립했다.
조봉한 씨는 하나금융, 삼성화재에서 고위 임원을 했다. 설탕물만 팔다 죽기 싫었다(*). 초등학생 딸이 몇십 년 전 방식 그대로 수학공식을 달달 외우고 있어 개탄했다. 원리를 깨우치는 방법들을 정리해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날 떠나지마'로 데뷔한 박진영 씨는 성공하고 싶었다. 성공했다. 그러나 허전했다. 사람들이 나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하루하루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서 그런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조수빈 전 아나운서는 KBS, 채널A 뉴스 간판이었다. 적성 맞고 대우 좋고 동료도 훌륭했다. 그러나 다음이 보이지 않았다. 울타리를 나온 그녀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생기 넘친다.
박사과정 분들과 오늘 종강 모임이 있었다. 휴학하신 분들이 합류한 터라 자기소개 시간을 가졌다. 입학 당시와는 달라진 내 소개는 이랬다.
"21년에 지속가능한 삶을 고민했습니다. 그때 박사과정에 지원했고 해를 넘겨 입학했습니다. 22년 여름에는 기업교육기관으로 이직했습니다. 업도 바꿨습니다. 논문 주제를 뭘로 하나 고민하다가 올해 1월에 연구 계획은 완료했습니다. 한 달째 묵히고 있어서 걱정입니다. 아들이 고3입니다. 아빠가 올해 학회지에 논문 3편을 게재할 것이라고 공언했습니다. 누가 더 열심히 공부하는지 내기하자고 했습니다. 큰일 났습니다."
(*) 스티브 잡스가 펩시 CEO를 영입할 때 이렇게 설득했다. “남은 인생동안 설탕물을 팔기를 원하나? 아니면 나와 세상을 바꾸기를 원하나?”(Do you want to sell sugar water for the rest of your life, or do you want to come with me and change the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