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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배의 노하우 Sep 27. 2017

실험실 이야기_첫번째

흰쥐와의 첫만남_관류

대학원에서의 전공은 신경생물학(Neuroscience)였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우리의 어떤 행동, 어떤 감정, 어떤 약물에 의해 우리 뇌의 어떤 신경전달물질이 뇌의 어떤 부위에서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의 단기기억을 저장하는 부위에서 신경세포의 생성이 줄어들게 되고, 감정과 연관이 있는 부위에서는 신경물질의 분화가 촉진된다 라던가 하는 것이었다. 실험실에서는 하는 일을 아주 간단히 요약해 보면 매일같이 관련된 논문을 읽고, 관련된 가설을 세워보고, 시약을 만들고, 시료를 만들고 실험을 하고, 결과를 분석하고, 논문을 쓰는 것이다. 내가 대학원에서 주로 전공했던 분야는 만성스트레스로 인한 동물모델을 수립하고, 이를 통해 우울증과의 연관성,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의 변화 등을 관찰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실험을 진행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손에 익혀야 하는 것이 바로 동물을 다루는 것이었다.

나는 주로 흰쥐(rat)를 주로 다루었다. 실험에 사용되는 설치류(rodent)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 중에 하나가 흰쥐 이었고, 그 다음으로 생쥐(mice)가 있고, 사막쥐(gerbil) 등이 있었다. 각각 실험의 목적에 따라 사용되는 종의 차이가 있었으나, 나는 대부분 흰쥐를 실험에 사용했고, 생쥐도 몇 번 사용해 봤고, 사막쥐는 옆에서 구경만 해봤다. 흰쥐는 보통 100g 내외에 들여와 3~4주 정도를 키우면 200~250g 정도가 되었을 때, 실험을 마치게 된다. 생쥐는 몇 번 사용해 보지 않아 무게 등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엄지손가락 정도 크기의 하얗고 아주 작지만 굉장히 성격이 고약하여, 손을 조심해야 하지 않으며, 손끝에 생쥐가 뾰족한 앞니를 콕 박아 놓고 달랑달랑 매달린 모습을 보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옆에서 실험을 하던 다른 실험실에서 생쥐를 사육상자(cage)에 몇 일간 먹이를 제대로 주지 않고 방치해 놓은 적이 있었는데, 서로 잡아먹어, 결국은 한마리만 남아 있던 끔찍한 기억이 있다. 당시 교수님께 전해들은 설명은 먹이보다는 물을 안주면 서로 잡아 먹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 때는 수분섭취를 위해 머리를 먼저 공격해서 먹는다고 한다. 아무튼 생쥐는 종종 도망가서 실험실 전체가 비상이 걸린 적도 있고, 아주 골치 아픈 존재였다. 사막쥐는 직접 다뤄본 적은 없고 옆에서 구경만 했었는데, 크기는 흰쥐보다는 작고 생쥐보다는 크고, 어두운 갈색을 띠고 있어 약간은 다람쥐 같은 느낌도 든다. 대부분 내가 본 사막쥐는 머리에 볼트 같은 걸 박아 놓고 있는 모습이어서 그다지 귀엽다는 느낌까지는 들지 않았다.
여러 종류의 실험을 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쥐가 바로 흰쥐이다. 이러한 쥐들은 실험 결과에 있어 종간 개체간의 차이(inter-individual difference)를 줄이기 위해 유전적으로 동일한 혈통임을 확인할 수 있는 종을 사용하고, 실험의 목적에 따라 사용되는 종이 조금씩 다르지만, 가장 많이 사용되는 종은 Sprague-Dawley 종의 수컷을 주로 사용하였다. 가장 대표적인 실험쥐로 영화 등에서도 쉽사리 볼 수 있는, 하얀 몸에 빨간 눈을 가지고 있는 종이다. 처음 이 흰쥐를 봤을 때는 빨간 눈 때문에 조금 낯선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100g 내외의 어린 쥐들은 귀엽고 예뻐 보이기도 한다. 이 흰쥐들과 이런저런 실험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실험이 끝나면 이 흰쥐들을 죽여야 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나 같은 경우는 뇌에서의 변화를 관찰해야 하기 때문에 흰쥐를 죽인 후에 그 뇌를 꺼내고 그 뇌를 급속냉동 후에 아주 얇게 썰어서 다양한 실험법을 통해 가설을 입증해 나가는 것이다. 쥐를 죽여서 뇌를 꺼내는 방법은 실험 방법에 따라 달라지는데, 그 중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인 관류고정(perfusion fixation)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구체적인 실험법 등은 검색을 해보면 사진과 함께 자세히 설명이 되어 있으니, 간단하게 그 과정에 대해 설명을 하고자 한다.



여기까지가 흰쥐의 관류 과정이다. 2년을 넘게 실험실에 있는 동안 한 1,000 마리 정도의 관류를 한 듯 하다. 처음 이 관류를 배울 때 사수분께서 관류를 하고 딱딱하게 굳어 있는 쥐를 옆에 두고 짜장면을 시켜 먹는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나도 관류를 하다가 잠깐 짬이 나면 후다닥 아래층에 있는 매점에 뛰어 가서 음료수나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먹고 와서 다시 진행할 정도로 무던해 지기도 했다. 실험실이 있던 건물 아래로 내려가다 보면 동물위령탑이 있다. 이런 실험을 하기 전에는 실험동물에 대해 무지하기도 했고, 관심도 많지 않았으나, 내가 직접 실험을 하면서, 더구나 민감하기로 유명한 스트레스 실험을 진행하다 보니, 이런 실험동물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한번은 의대에 있는 후배가 방학 때 실험을 배우러 왔었는데, 동물실험을 하는데, 너무나 쥐를 함부로 대해서 혼낸 적이 있다. 사람의 생명만큼 이러한 동물들의 생명들도 의미가 있고, 값어치 있음을 동물실험을 했던 사람으로서 언제까지나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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