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의 진단이 아닌 예방으로 전환되는 순간 수명연장이 실현된다.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작은 변화들이 축적되어 거대한 변화를 이루기 전의 균형을 깨뜨리는 변화의 시점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 중 하나는 오래 살고 싶다는 것이다. 이는 수천년 전부터 하늘에 닿을 듯한 권력자들뿐만 아니라 당장 내일의 먹거리를 걱정해야 하는 소외된 삶을 사는 이들에게도 공통적인 욕망이다. 근대화가 되면서 인간의 기대수명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2015년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2015년 출생아의 기대수명은 82.1세로 전년보다 0.3세 증가했다.(1) 2017년 10월 30일 열린 ‘2017 노벨프라이즈 다이알로그 서울’ 에서 인구통계 및 노인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석학인 장 로빈 프랑스 국립 과학연구센터 연구교수는 인간의 기대수명이 110세가 되는 날이 머지 않았다고 밝혔다.(2) 심지어 구글의 창립자인 세르게이 브린과 레리 페이지는 생명공학 분야에 엄청난 금액을 투자하면서 인간의 수명을 500세까지 연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3) 국내의 기대수명이 연간 0.3세씩 늘어나는 것을 고려하면, 최소 앞으로 100년 이내에는 인간의 기대수명이 110세를 돌파하는것은 당연할 것이고, 생명공학 기술의 발달 속도가 점차 가속화 되고 있음을 고려하면, 기대수명이 110세를 돌파하는 것은 훨씬 더 빠른 시점이 될 것이다.
우리가 오래 살기 위해서는 노화의 방지와 동시에 질병의 치료와 예방이 병행되어야 한다. 노화로 인해 움직이지도 못하고, 질병으로 인해 아무런 여가를 즐길 수 없는 삶을 수십 년 동안 더 산다는 것은 축복이 아닌 저주이다. 오래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질병의 정복이다. 정복이라고 표현을 하는 것은 치료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질병에 걸린 후 치료를 하는 것이 아닌 질병을 예측하고, 발병 자체를 차단하는 것이다. 이러한 질병의 정복을 하는 것이 바로 유전공학의 힘이고, 그렇기 때문에 클라우스 슈밥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끌 3가지의 메가 트렌드 중 하나를 생물학 분야로뽑았다.
질병의 정복에는 4 단계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진단, 치료, 예방, 재활 이다.
질병의 진단은 발병에서 시작한다. 우리 몸이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면서 이상 증상이 발생했을 때, 병원을 찾게 되고, 병원에서는 각종 검사 등을 통해 진단을 내리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들은 이미 상당부분 디지털과 인공지능의 영역으로 넘어오게 되었다. IBM에서 개발한 왓슨(Watson)은 거대한 임상연구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질병에 대한 보다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진단을 내리고 있다. 간단하게는 축적된 MRI 혹은 CT 등의 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환자의 MRI, CT 와 가장 유사한 질병을 진단하고, 환자의 나이, 성별, 체형, 과거력, 현재의 생체징후, 각종 혈액수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오차율을 현격히 낮춘 진단을 제공한다. 그리고 이러한 인공지능은 데이터가 쌓여갈수록 더욱 막강해 지는 가속화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 그 정확도는 점점 더 높아지게 된다. 이러한 인공지능을 통한 질병의 진단은 몇 년전부터 국내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원격진료의 정당성을 부여한다. 굳이 직접 병원을 찾아가지 않아도, 간단한 검사 등을 통해 진단을 내리고,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의사와의 대면진료를 필요하게 만든다. 또한, 외형적이거나 객관적 수치를 필요로 하는 질병들뿐만 아니라 정신과의 영역에서 조차 그 동안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인간의 사고와 행동양식 분석에 기반을 둔 진단이 가능할 것이다. 2017년 10월 30일 국내 6개 대학병원에서 인공지능 헬스케어 컨소시엄이 출범했다. 여기에는 이미 2016년 12월에 IBM 왓슨을 도입한 가천길병원을 비롯하여, 부산대병원, 대구 가톨릭대병원, 대구 계명대동산병원, 대전 건양대병원, 광주 조선대병원이 참여했다. (4)
질병의 치료는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접근이 된다. 약물의 치료와 수술적 치료이다. 제약회사들은 다양한 질병의 치료를 위해 새로운 약물들을 끊임없이 개발해 왔고, 의료기기 회사와 의사들은 마찬가지로 수술도구와 기술들을 발전시켜 왔다.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약물의 치료는 점차 맞춤형 치료로 수렴되어 가고 있다. 즉, 나에게 꼭 맞는 약물을 찾아 치료를 하는 시대인 것이다. 이미 미국 등지에서는 FMI(Foundational Medicine)에서는 암환자의 유전자를 분석하여 현재까지 시판되고 있는 최적의 항암치료요법을 매칭시켜 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감소시키고, 치료율을 높일 수 있게 되었다. 2015년 로슈(Roche)에서 FMI를 인수했고, 국내에서도 올해부터 한국 로슈에서 FMI 사업부를 출범시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또 다른 치료의 한 축인 수술은 이미 로봇의 시대가 열린 지 오래다. 큰 병원 앞을 지나가다 보면 로봇수술을 한다고 걸어놓은 플랜카드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일명 다빈치수술이라고도 불리웠던 이 수술은 최소부위의 침습을 통해 수술이 이루어지고, 모든 수술과정에 대해 최적의 프로세스로 접근을 하고 시행이 되기 때문에 높은 수술 성공율과 예후를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로봇수술은 원격으로도 조정이 가능하여 꼭 의사가 수술실에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며, 그마저도 SF 영화에서나 보았듯이 인공지능이 모든 것을 보다 정교하게 수행하게 될 것이다.
수술 이후 혹은 병동에서 입원중인 환자들은 모든 생체활력징후(Vital sign)을 측정하기 위한 장비들을 부착하고 있다. 그리고 상태에 따라 여러 가지 보조장비들이 부착되어 있다. 그리고 머지 않은 미래에는 이러한 장비들을 통해 환자의 상태와 관련된 정형, 비정형의 데이터들이 실시간으로 수집 분석되어 돌발적인 위급한 상태에 빠른 대처가 가능하고 환자의 치료에 대한반응, 회복 속도, 회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변화에 대한 데이터의 축적은 보다 나은 치료법의 개발에 밑거름이 된다.
모든 의사들이 동의하는 것 중에 하나는 질병의 진단과 치료보다 중요한 것이 예방이라고 한다. 질병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진단도 치료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종 의학단체나 학회 등에서는 끊임없이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생활습관과 질병유발인자에 대해 대국민캠페인 등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현재의 질병예방에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는 유전자이다. 유전공학의 발달과 인간의 유전체 지도가 밝혀지면서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가 무엇인지 밝혀지고, 유전자 가위를 통해 이러한 잠재적인 암유발 유전자를 제거하는 기술이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몇 년 전 할리우드의 유명한 배우인 안젤리나 졸리가 이러한 유전자 검사를 통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사실을 알고 배우로서는 치명적 일수도 있는 유방절제술을 선제적으로 시행을 하면서 이슈가 된 적이 있다. 당시의 사람들은 너무 앞서간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지만, 질병의 적극적인 예방 차원에서 보면 발병후의 치교과정과 치료율 등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을 했을 때 납득이 가는 부분도 있다. 그리고 앞으로는 유방절제술 보다는 훨씬 간편하게 유전자 가위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유전자들을 정상유전자로 교체하는 기술들을 통해 사전에 질병을 예측하고 발병을 차단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질병 또는 질병과는 무관하게 사고 혹은 선천적 기능의 이상으로 인해 신체의 일부 혹은 특정 장기가 정상적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손과 발과 같은 외형적인 신체의 경우 이미 3D 프린팅을 통해 맞춤형 의수와 의족의 제작이 현실화 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이제 신체 내부의 장기도 합성생물학 등을 통해 맞춤형으로 제작될 것이며, 이미 돼지를 이용한 인체대체 장기를 개발하는 기술은 많은 성과를 이루고 있다.또한 소재공학의 발달은 3D 프린팅 기술을 통해 인체 내부의 장기까지 맞춤형으로 제작하는기술로 확장되어 가고 있다. 2005년 개봉한 영화 아일랜드는 머지 않은 미래에 인체의 노화 방지와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복제인간을 생산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개봉 당시만해도 기술적 이슈뿐만 아니라 인간의 필요에 의해 생산되고 버려지는 인간이라는 부분에 대해서 윤리적인 논란도 상당했었다. 하지만, 벌써 기술은 인공장기 등의 생산에 있어 이런 윤리적 이슈들을 피해나가고 있다.
이러한 질병에 대한 정복뿐만 아니라 인간 수명의 연장에 있어 가장 중요한 화두 중의 하나는 노화의 방지이다. 70대의 몸으로 30년을 더 사는 것보다는 30대의 몸으로 30년을 더 사는 것이 중요하다. 노화의 매커니즘을 풀기 위한 다방면의 노력들을 조금씩 그 성과들을 내고 있다.텔로미어 말단부위의 감소가 노화의 시작이라는 연구가 나온 지도 십 수년이 지났다. 그리고 최근에는 몇몇 임상연구에서 항암제 투여 후 흰머리가 오히려 다시 검은 머리가 되는 부작용이 발견되어 노화를 역행시킬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한 실마리들이하나씩 풀리고 있다. (5)
1. 2015년 생명표(전국) 작성결과 및 1970-2014년 생명표, https://www.gov.kr/portal/ntnadmNews/928990
2. 노벨賞 수상자들이 본 인류 수명…110세는 현실 150세도 가능,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7&no=718136
3. 인간 수명 500세로 늘리겠다는 구글… '두더지쥐'가 답?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2/25/2016122501644.html
4. 길병원 등 IBM 왓슨암진료 도입 6개 병원, 컨소시엄 출범, http://www.fnnews.com/news/201710301906149258
5. 새폐암치료제 부작용이…복용하면 머리가 짙어진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24/201707240145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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