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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헤븐국 세제사 1장. 공동체의 탄생

2. 공동체의 형성

by Stanislaus

그러던 어느 날 친하게 지내던 한 인간으로부터 뜻 맞는 일군의 인간들이 모여 다른 포악한 인간무리들로부터의 위협을 막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 위해서 공동체를 꾸리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아무래도 혼자 있을 때보다 여러 명이 힘을 합쳐 세를 과시한다면, 다른 인간들로부터 내 소중한 생명과 식량을 지키기 용이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야생동물의 공격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 같다. 예전에는 사나운 야생동물을 피하는데 급급했지만 이제 여러 명이 힘을 합쳐 멧돼지 같은 것들을 포획할 수만 있다면, 비자발적 채식주의자에서 육식주의자로 돌아서는 것도 헛된 꿈만은 아닐 듯하다. 그렇게만 된다면, 근처에 사는 완벽한 모태 채식주의자 한강 씨로부터 야채 레시피를 알려달라고 매번 비굴하게 청하지 않아도 된다.


한편, 당신만 아는 어느 산기슭에서 딴 야채를 다 먹지 못해 썩어 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었는데, 이제 공동체에 속한 다른 사람이 가진 식량과 교환할 수 있게 되어-예전에 서로 가진 물건을 교환할 요량으로 낯선 이를 만났다가 뺏긴 적이 있어 그 이후로 다른 인간들과의 물물교환에 당신은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어렵게 구한 야채를 버릴 때마다 속상했던 일도 사라질 것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장점은 지극히 선량한 당신이 다른 인간을 위협하거나 린치를 가해 식량을 빼앗아 생기는 불편한 죄책감으로부터 이제 완전히 해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린 인간 둘이 꿈에 나타나 당신을 귀리더미에 파묻는 악몽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자, 지금부터 위 공동체를 블루헤븐(Blue Heaven)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당신은 며칠간의 고민 끝자락에 마침내 블루헤븐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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