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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헤븐국 세제사 2장. 세금의 등장

1-1. 공동경비로서의 식량 = 세금

by Stanislaus

블루헤븐의 주민들은 두 가지 문제를 식량을 갹출해 풀어나가고자 한다. 주민들의 구체적인 생각은 다음과 같다.


공동체 운영과 관련해서 발생했던 다른 크고 작은 일들을 그 동안 일부 주민들의 재능기부로 해결해 왔었지만, 앞서 두 가지 문제가 제기된 이참에 앞으로 공동체를 위해 고생하는 주민들에게는 적정한 보상을 해주려고 한다. 보상은 모든 주민들로부터 식량을 거둔 식량으로 지급한다. 여기서 식량은 우리가 살펴보려는 세금과 다르지 않다. 세금이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등장했으므로 나온 김에 구체적인 정의를 잠시 살펴보기로 하자.


세금은 ‘국가가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할 목적으로 반대급부 없이 국민으로부터 강제적으로 거두는 돈’으로 정의될 수 있다. 이 문장을 블루헤븐과 연결해서 다시 쓰면 아래와 같다(‘반대급부’라는 단어의 뜻은 뒤에서 다시 설명하기로 한다).


블루헤븐(국가)의 운영에 필요한 식량(재원)을 조달할 목적으로 개별적 반대급부 없이 블루헤븐 주민(국민)으로부터 선택이 아닌 반드시 내야 하는 경제적 부담(돈)


회의를 끝내고 서둘러 저녁거리를 구하러 가려는데 누군가가 소리쳤다.


주민들로부터 얼마의 식량을 거둘 것이요?


배가 슬슬 고파 오는 찰나에 위 질문은 심한 짜증을 유발했다. 그냥 모든 주민으로부터 식량을 잘 거두면 될 것이지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그러나 이 질문은 세금에서 중요한 논점 중의 하나에 해당한다(역시 이에 대해서도 뒤에서 살펴보기로 하자. 너무 뒤로 미루는 감이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모든 내용을 다 풀어 놓으면 "감당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다행히도 집 한 구석에 보관하고 있던 약간의 보리가 있다는 것을 생각해낸 당신은 허기로 유발된 짜증(전형적인 저혈당 증세다)을 이성으로 겨우 억누를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식량을 얼마씩 거둘 것인지가 중요할 것 같기도 하다. 명확한 기준 없이 그냥 무작정 거두었다가는 가진 식량이 별로 없다는 이유로, 거느린 자식이 많다는 이유로, 담마진을 내세워 귀리 한 주먹만 내려는 이기적인 인간들이 나올 듯 하다. 물론 지극히 선량한 당신은 제외.


세금을 거두는 구체적인 방법과 관련해서 다음 두 가지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① 모든 주민들은 개인당 100kg의 곡식을 낸다.

② 주민들 각자가 일정한 기간 동안 획득한 곡식의 총합에서 10%를 낸다.


①과 같이 누구에게나 동일한 금액으로 부과되는 세금을 인두세(人頭稅), 정액세(lump-sum tax)라 부른다. 영국에서 이러한 인두세는 정권의 몰락을 촉발시키기도 했다. 1990년 마가렛 대처(Margaret Thatcher) 정부에서 일어난 인두세 폭동(Poll Tax Riots)이 그 예다. 정액세는 가장 효율적인 세금에 해당하나, 필연적으로 공평이라는 가치와 맞선다. 그 극단적 예가 인두세 폭동인 셈이다.
②는 기독교 성경의 십일조와 같다. 이 방식은 일종의 소득세에 해당한다.


당신은 블루헤븐 주민임을 잊지 말라. ①과 ② 중 어떤 방식이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에서 타당하다고 생각하는가?


우선 ①의 방식이 타당하다고 생각했다면 아마도 다음의 이유에서 그런 결론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 다름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이 공평하니깐. 잠시 현실로 눈을 돌려 사교모임에 나갔을 때를 떠올려보라. 요즘 소위 n분의 1로 회비를 내는 경우가 많아졌다. N분의 1의 방식에 따른다면 5명이 모인 모임에서 25만 원의 식사비가 나왔을 때 각자가 5만 원씩을 낸다. 누가 더 내지도 덜 내지도 않아 공평하다고 생각하는데 별 무리가 없다.


물론 당신이 소식가라면 n분의 1도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반대로 대식가라면 역시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나 유리한 불공평이니 속으로는 흐뭇할 것이다). 만약 각자 한 접시씩 자기 앞으로 주문해서 먹은 경우라면, 이 때 가장 공평한 방식은 자기가 시킨 음식 값만 내는 것이다(엄밀히는 모임장소에 오기까지 발생한 교통비, 시간적 손실까지 모두 고려해야 할 것이나, 그렇게 했다가는 모임이 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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