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일기, +151일(2021. 9. 30)
반환점이 갖는 의미는 다양하겠지만 공통적인 건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마라톤을 완주하는 선수에게는 희망을 줄 것이고 시한부 인생을 사는 환자에게는 절망이 될 것이다. 오늘 부로 나는 딱 지나온 만큼의 휴직 일이 남았다. 벌써 반이나 지났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것은 아직 반이나 남았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앞과 뒤가 같으니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나의 마음먹기 나름이다.
나는 지난 5개월에 감사하며 남은 5개월을 더 충만하게 채우리라 마음먹었다. “지난 시간 동안 무엇을 한 거지?”하며 별 소득 없음에 실망할 수도 있지만 무려 5개월이란 시간 동안 나는 회사에 가지 않았다. 즉 밥벌이를 내려놓았으며 그 시간 동안 그다지 한가하지도 않았다. 고로 나름 알차게 무언가에 매진하였던 것만큼은 분명하다. 그것이 눈에 띄게 드러나는 일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내 몸과 마음은 이미 변화에 적응하였다. 그래서 지나온 시간은 내게 소중하고 감사해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나는 몸과 마음을 돌아보며 무너진 부분을 추슬러 세우고 있다. 이제 곧 완성이라 말할 수 없지만 금전으로 환산할 수 없는 시간들을 보냈다. 그리고 내 주위를 둘러봤으며, 나의 가족과 집을 돌보고 있다. 예상은 했으나 내가 가사에 상당한 관심과 재능이 있다는 것을 비로소 확인하였다. 내게 경제적 여건만 허락한다면 직장 따위에 기대지 않고 충만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은 명백하게 중명되었다. 안타까운 것은 경제적 여건이 내게 그런 호사를 허락할 리 없다는 것도 명명백백하게 밝혀졌다는 사실이다. 내게 요행이나 행운 같은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며 난 지난 20여 년과 같은 일개미의 삶으로 10년 이상은 더 버텨야 한다. 지금은 그 내공을 조금이나마 쌓아가기 위한 시간인 것이다.
그래서 남은 151일도 나의 일상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한 달 후면 아이들의 입시는 어느덧 끝이 났을 것이고 나는 집안을 돌보는 일을 마무리할 것이다. 그렇게 한 달 정도가 또 지나면 약 3개월의 자유시간이 내게 허락될 것이라 믿어본다. 그 3개월은 내가 은퇴하는 순간까지 절대 다시 찾아올 리 없는 황금 같은 시간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막연했던 마지막 3개월의 계획을 더 치밀하고 또 가치 있게 세워야 한다. 도대체 무엇하다 10개월을 허비했는지 알 수 없는 지경이 되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 휴직일기를 쓰는 것도 내 부실한 기억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휴직 전의 나와 다른 삶을 살고 있고 휴직 후에도 분명 그래야 한다는 절박함이 내게 게으름이 들어설 여지를 날려버렸다.
오늘의 감상,
Golden cross란 주가의 단기 이동평균선이 장기 이동평균선을 아래에서 위로 뚫고 올라가는 주가 상승의 신호를 말한다. 즉 골든 크로스 지점을 기준으로 강세장이 전개된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내 삶에서 오늘이 장기적인 인생 평균 곡선의 기울기를 압도하는 상승곡선의 시작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인생을 상승과 하강으로 표시할 기준도 애매하다. 그저 오늘 휴직기간의 반환점을 돌면서 내 삶을 조금이나마 능동적으로 이끌어 가는 터닝포인트로 삼고 싶은 희망을 담아 골든 크로스를 떠올려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