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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낙산우공 Feb 21. 2022

처세학과 자기계발

불안한 영혼을 파고드는 자본주의(2012. 8.23)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무한한 창의력이 모든 경쟁을 선도하는 이른바 '창의(혁신)경제' 시대가 도래했다고들 한다. 그동안 '혁신'이란 단어와 함께 귀가 따갑게 들어온 대한민국의 성장전략은  '선택과 집중'으로 수렴되었다. 부족한 인적, 물적 자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우린 정밀하게 미래를 예측하고 성장 분야를 타기팅 하여 주어진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경쟁우위의 주요 수단이었고,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을 혁신이라 불렀다.

 

창의력이 생산성을 압도하는 소위 '창의경제'의 시대에는 '선택과 집중' 마저도 리스크로 분류된다. 어떤 결정에도 늘 선택의 오류는 상존하기 때문이다. 부족한 자원을 가지고 잘못된 선택과 집중을 하였을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퇴행의 결과를 낳을 것은 자명하다. 스마트폰 시장에 뒤늦게 합류했던 국내 기업이 이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잘못된 시장 전략으로 가슴이 철렁했던 시기가 있었음은 모두가 인지하는 바일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상품기획에 앞서 한 번도 시장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유는 한 가지였다. 소비자는 자신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모른다는 것. 그들이 갖고 싶은 제품이 노트북인지 휴대폰인지 음악파일 재생기인지는 분명치 않다. 그들이 불편해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확실하지 않다. 이제껏 없었던 제품이 있었으면 하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있다면 그는 발명자이고 Innovator다. 잡스는 그들의 취향과 세상의 트렌드를 예측 내지는 의도하였다. 그렇게 창의경제의 시대에는 자유로운 발상을 가능하게 하고, 개인에게 잠재된 창의력의 원천을 끌어내어 구현할 수 있는 개방적이고 유연한 수용문화와 환경이 핵심 성공요인(Key Success Factor)이 될 것이다.(물론 개인적인 생각)

 

'선택'과 '집중'이 '개방'과 '창의'로 대체되는 과정에서 궁금해지는 것은 시스템과 관리의 역할이다. 생산시스템을 효율화하고 공정을 최적화하고 인적자원을 적절히 선발하여 적재적소에 배치 운용하고, 전사적인 자원(재무 포함)을 관리하던 중요한 경영부문들이 창의경제의 시대에는 조금 과장을 하자면 그저 백오피스(back office)에 지나지 않다. 기업 혹은 조직의 성패를 좌우할 주요 변수가 될 수 없다는 말이다. 기업성장의 복잡한 함수관계에서 변수(x)가 아니라 그저 예측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상수(constant)에 불과한 고전적인 경영시스템은 어떤 운명이 될 것인가?

 

느닷없고 뜬금없는 이런 생각으로 머릿속을 채우게 된 이유는, 서점마다 넘쳐나는 처세학 개론서와 자기 계발 학습서, 기업, 조직마다 찾아오는 전문강사들의 시답잖은 언어유희에 놀아나면서도 그러한 책이나 강의에 빠져드는 사람들을 보면서, 도대체 그들이 주장하는 성공의 법칙들이 21세기에 얼마나 하찮은가를 돌아보고자 함이다.

 

사기꾼이나 사이비교주의 공통점은 상대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건드린다는 것이다. 그 약점은 바로 '불안'이다. 불안은 사람의 이성 체계를 마비시켜 얼토당토않는 말에도 현혹되게 만드는 기이한 현상을 일으킨다. 멀쩡한 사람이 이들에게 걸려들었을 때 주변의 지인들은 모두 의아해 하지만, 불안이 그들의 영혼을 잠식하여 객관적인 판단시스템을 마비시켜 버렸으니 화려한 스펙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처세학과 자기 계발 학습서가 득세하는 이유는 모든 대중이 갖고 있는 미래에 대한 '불안'을 건드린다는 것이고, 그 '불안'의 가장 확실한 처방은 '성공'이기 때문이다. 현실의 나는 갈수록 '성공'과 멀어져 가는데, 멀어지는 '성공'을 단숨에 따라가는 길은 요행(복권 포함) 아니면 요령(처세술) 뿐이다. 그 달콤한 속삭임에 넘어가지만, 별자리 운세만큼이나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는 것이 처세술이 아니던가...

 

산업혁명과 함께 쌓여온 경영학 학문도 그 존재감이 흔들리는 지금, 당신이 주목해야 할 것은 성공의 법칙과 자수성가의 신화가 아니라 열린 사고와 창의적인 발상이라는 말이다. 창의력의 원천은 '다른 시선(another view)'이다.

 

세상을 고정관념의 틀 속에서 바라보면 모든 것이 자연법칙처럼 천편일률적일 뿐이다. 천재적인 아이디어는 천재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다른 관점에서 나온다는 말이다. 당신의 학식도, 경험도, 동물적인 직관도 그땐 모두 상수일 뿐이다. 어쩌면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로또보다 낮은 확률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모두에게 공평하게 열려 있다.

 

이젠 성공의 길을 상수에서 찾지 말고 변수에서 찾자. 결과값을 하늘과 땅 차이로 벌려 놓을 수 있는 변수.... 누군가의 훈수가 아닌 내 안의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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