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낙산우공 Apr 27. 2022

긴장과 이완

길들여지다(2016. 1.28)

적당한 긴장은 일의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반면에 지나치게 관리가 느슨한 조직은 구성원들의 창의적인 사고를 유도하여 혁신적인 성과를 내놓을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규율 없는 방만한 운영으로 쉽게 와해되고 도태될 수도 있다. 양날의 칼이지만 긴장과 이완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것이 조직이건 개인이건 중요한 이유다.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치밀한 전략을 수립할 경우, 실현 가능성이 배가되고 추진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매사에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개인에게 피로감을 가중시켜 일의 능률을 떨어뜨리고, 다소 경직되고 기계적인 반응을 초래하기도 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을 감내하고 여유로운 하루를 보낼 것이냐? 일수를 찍듯 치열하게 하루를 견디지만 편한 잠을 잘 것이냐?


이러한 고민이 개인의 재량으로 결정되는 것이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우린 대부분 선택의 기회를 빼앗긴 채 두 가지 유형의 시스템 내에서 적응하기 위해 애를 쓴다. 당신이 처한 조직이 긴장감을 조성하는 관리 중심이거나 개인의 주도적 활동을 중시하는 자율적인 환경이거나,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이기 쉽다. 제아무리 정교한 마일스톤으로 성과를 독려하는 조직에서도 융통성 있게 자신의 시간을 관리하며 존재감을 증명하는 이도 있으며, 최종 결과물을 내놓을 때까지 진도관리를 하지 않는 조직에서도 엄격한 자기 관리를 통해 중간 성과물을 차근차근 쌓아가는 이도 있는 것이다.


결국은 개인의 성향에 따라 조직의 스타일에 적응하는 방식도 제각각이며, 개인의 업무 스타일과 조직의 분위기가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최적의 근무환경이라 할 것이다. 이와 별개로 자기 관리를 하지 못한 채 조직의 스타일에도 융화되지 못하는 이들은 조직과 개인의 궁합을 논하기 전에 스스로의 역량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지도 모른다.


어떤 일이건 적당한 자극과 긴장감은 성취의 정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그것을 스스로 발현하느냐? 조직을 포함한 타자에 의해서 관리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왕이면 전자의 경우가 이상적이겠지만 말이다. 생계를 짊어진 대한민국 중년 가장의 삶이라는 것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고달프고 피곤한 것은 매일반이다. 그 과정에서도 스스로 목표를 정해 중간중간 성취감을 얻어내는 이들은 어떤 이유에서든 영리한 자라 할 것이다.


그것이 꼭 직장이나 일과 관련된 것만은 아니다. 생계를 유지하는 일에 어느 정도 안정을 찾게 되는 시기가 오면, 스스로에게 좀 더 가치 있고 무뎌진 감성을 깨워줄 무언가를 시작해보겠다는 막연하지만 야무진 꿈을 가진 이들이 많다. 그들이 그것을 시도하지 못하는 가장 흔한 이유는 삶의 무게를 견딜 만큼 탄탄하고 안정된 지위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자각과, 그 자각에 기대어 이젠 좀 쉬고 싶어 하는 자연스러운 욕망의 조합이다.


늘 이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40대 중반의 사회인에게 무력감은 필연적인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이미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욱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는 광고 카피로 대박을 친 신용카드가 있다. 온갖 할인 품목과 포인트 적립을 신경 쓰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스마트한 신용카드의 기능을 강조한 광고목적과 달리, 삶에 지치고 치인 이들의 우울감을 대변하는 듯한 카피로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그렇다. 우린 먹고사는 문제, 예컨대 취업, 결혼, 출산, 육아, 집 장만, 사회적 성장, 골프, 스키, 오토캠핑, 해외여행과 같이 조금은 소득 3만 불 시대에 걸맞은, 또 다른 먹고사는 문제에 치여 이젠 쉬고 싶어졌다. 자아실현이라는 인간의 궁극적인 목적을 추구하는 것보다는 지칠 대로 지친 몸과 마음을 뉘이고 싶을 뿐이다. 그 마음은 온 국민의 공감을 얻기에 충분하였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던 시대는 지났지만 우린 여전히 먹고사는 문제에 매몰되어 있다. 그 문제에서 벗어나는 길은 인생역전 로또복권이 아니라 발상의 전환이다.


당신의 몸이 따라가야 할 성공의 길을 버리고, 당신의 마음이 이끌리는 성취의 길을 가야 하는 것은 아닐까? 내게 부족한 것이 긴장과 자극이라는 생각은 착각이요, 오만이다. 당신이 집착하는 모든 것을 놓지 못한 채 좀 더 긴장하고 집중하자고 외치는 것은 갓 쉰을 넘겨 돌연사하고 싶다는 발악에 가깝다. 우리의 손은 두 개뿐이다. 두 개를 쥔 채 하나를 더 쥐려 하면 쥐고 있던 것 마저 잃어버리게 된다. 자유의지에 따라 과감히 하나를 버리고 한 손의 자유를 만끽해 보자. 세상의 성공담이 전해줄 수 없는 벅찬 희열이 돌아올 것이다.




갓 쉰을 넘겨 돌연사하지 않았지만 난 6년 전 이 글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한 것 같다. 이때 내가 자각하지 못했던 한 가지는 몸도 꿈도 무럭무럭 자라는 두 아이였다. ㅠ.ㅠ


매거진의 이전글 처세학과 자기계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