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하면 오백 원!(2018. 5.16)
아이들의 호기심은 끝이 없다. 10달간 엄마 뱃속에서 자라다가 대명천지에 나왔으니 무엇 하나 신기하지 않을 리 없다. 그 궁금증은 결국 엄마와 아빠에게 향하고 아이들의 질문은 끝없이 그리고 때로는 아주 엉뚱한 방향으로 튀어버리곤 한다.
아이를 키워 본 부모라면 모두가 공감하는 일이겠지만 이러한 아이들의 질문 세례를 받다 보면 지식과 인내심의 한계를 경험하게 된다. 아이들의 끝없는 질문에 지칠 때면 나는 이렇게 물어본다.
"근데 그걸 왜 물어보니?"
아이의 대답은 큰애나 둘째나 한결같다.
"궁금해!!!"
아이들의 질문에 적절한 답변이 떠오르지 않아 궁색해 지거나, 꼬리를 무는 질문의 황당함에 다소 짜증이 날 때면 나는 아이들의 해맑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이렇게 노래를 불렀다.
"궁금해가 떴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제일 먼저 이를 닦고, (중략) 학교에 갑니다~"
그리고는,
"자, 그런 건 학교 가서 물어봐라~"
아이들의 반응은 늘 발을 동동 구르면서 아빠의 장난기 어린 철없는 행동에 발끈해한다. 이런 아이의 반응에 재미를 붙인 나는 종종 이 방법을 써먹었고, 왜 물어보냐는 나의 질문에 앵무새처럼 ‘궁금해’라는 답변을 하는 순간 매번 아이들은 ‘앗차!’하는 표정으로 일그러졌다.
본능적으로 궁금해라는 말을 뱉어버렸지만, 그 대답을 기다린 아빠의 반응을 뻔히 알기 때문이다. 어언 10년이 넘어가는 나의 이 장난질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아이들의 호기심은 너무도 자연스럽다. 그것이 없다면 아이가 아닐 것이다. 애어른이지. 그 생동감과 넘쳐나는 생명력은 늙어가는 부모의 마음에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그것이 아이를 키우는 가장 큰 이유다.
갑자기 이 에피소드가 떠오른 까닭은 요즘 내게 몹시 결과가 궁금해지는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재밌는 것은, 아이들의 궁금증은 모두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의 원인을 알고 싶은 것이지만, 어른들의 궁금증은 이해할 수 있건 없건 늘 그 결과에 쏠려 있다는 것이다. 늙어간다는 것은 이렇듯 서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