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은 패닉이다

복직일기, +16일(2022.3.16)

by 낙산우공

오미크론 확진자가 40만 명을 돌파하는 날, 아내는 기어이 확진을 받았다. 거리두기 준수가 어려운 특수학교에서 전면 등교를 실시한 지 2주 만에 같은 반 학생 전원이 확진을 받았으니 그 아이들을 가르치던 아내에게 여파가 없을 리 있겠는가?


올 것이 왔다는 결과를 받아들이며 아이들과 난 병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신속히 받았다. 결과는 아나필락시스 병력 때문에 백신을 맞지 않은 둘째 아이만 양성이 나왔다. 당연한 결과에도 우린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백신 미접종자의 경우 증상이 더 심하다는 보도를 접해 온 탓이다.


양성을 받은 아내와 아들은 안방으로 격리되었다. 딸아이와 나도 증상이 없는 건 아니지만 3차까지 백신 접종을 마쳤고 면역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기에 확진 없이 넘어갈 수도 있겠다는 기대도 있었다. 그런데 기어코 새벽에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이른 저녁을 먹고 처방약을 복용한 아들은 눈이 조금 부어 올라서 아이스팩을 했다. 알레르기약을 복용했으니 나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새벽녘에 사달이 났다. 아들은 과거 갑각류 음식을 먹고 아나필락시스가 와서 두 차례 응급실에 실려 간 적이 있다. 약물 알레르기는 없었기에 부작용이 있을 거라곤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다시 아나필락시스가 온 것이다.


문제는 코로나 팬데믹이 절정을 달리는 시기, 그 정점에서 병원을 찾아야 한다는 현실이었다. 119 구급대는 15분 만에 도착을 했지만 아이를 받아줄 응급실은 없었다. 더구나 전날 받은 양성 판정 결과가 보건소에 등록되어 있지 않아 번거로운 행정절차가 그때서야 진행되기 시작했다. 호흡곤란이 있던 아이는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5시간을 기다렸지만 응급실도 입원병상도 나타나지 않았다. 구급차 안에서 그 힘겨운 시간을 버텼다.


다행히 호흡곤란은 진정이 되어 일단 집에 돌아와 병상이 나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중대본과 보건소와 코로나 병상 배정반을 번갈아 가며 수차례 통화한 끝에 아이는 10시간 만에 입원을 했다. 코로나 처방약에 알레르기 반응이 왔으니 약을 먹일 수 없었고 아이의 체온은 39도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병원에서도 아이에게 해 주는 것은 미미하였다.


일단 약물 알레르기가 왔기 때문에 약을 처방해 주는 걸 꺼렸고 주기적으로 열을 체크하여 해열제만 계속 투여 중이다. 집에서 응급 상황을 맞는 것보다는 안전하다는 생각에 병원에 보냈지만 만 13세 이상은 보호자 동반이 불가능하여 아이는 홀로 병원에서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다. 아이의 열은 쉽게 떨어지지 않아 극심한 두통을 호소하고 있다. 아이와 실시간으로 문자를 주고받으며 통화를 하고 있지만 가슴이 미어진다.


별 일 아니겠지, 며칠 지나면 좋아지겠지, 병원에 있으니 안전한 거야… 수십 번 생각하지만 곁에 있지 못한 불안감은 쉬이 해소되지 않는다. 아나필락시스 전력이 있어서 백신을 맞지 못했고 작년 내내 힘겹게 입시를 치렀는데 결국 아이는 병원신세를 지고 있다. 예사 독감이라는 오미크론의 증세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만만치 않다. 독감이 결코 우스운 병이 아니듯 우린 힘겨운 감염병과 싸우고 있다.


치명률이 낮다는 건 중증화율이 낮다는 뜻이다. 그러나 모든 확률과 통계에서 내가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통계는 사람의 경계심을 풀어주기도 하지만 그 느슨함 속에서 비극을 맞게 하기도 한다. 우리는 항상 긴장을 늦추어선 안된다. 낮은 확률게임의 운없는 희생자가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지금 내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졸음을 참고 아이의 문자를 받아주는 것뿐이다. 그 하찮은 일밖에 해줄 수 없을 때 부모의 마음은 타 들어간다.




오늘의 감상,

오후 늦게 병원 입원이 확정되어 병원과 중대본에서 연락을 받았는데 보건소에 최종 통보가 되지 않아 집에서 대기를 했다. 자차로 이동해도 된다는 걸 알았지만 관할 보건소로부터 확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보건소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내 전화뿐만 아니라 병원의 전화도 중대본의 전화도 받지 않았다. 어렵게 보건소와 통화를 한 중대본의 연락을 받고 나는 신속히 아이를 태우고 출발을 했다. 그런데 이동 중에 보건소에서 연락이 왔고 입소 전 안내사항을 전달한다는 것이었다. 난 이미 출발했다고 하니 그제야 미안한 듯 안내문을 문자로 보내준다고 하였다. 아이를 병원에 들여보내고 집에 돌아와 안내문을 읽어보니 우리 아이가 격리 해제 시까지 무려 7일간 퇴원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그때서야 알게 되었다. 팬데믹은 패닉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복직 일주일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