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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낙산우공 Nov 27. 2022

삽질도 일이다

월급쟁이의 숙명(2012.10.17)

삽질은 고도의 기술과 요령이 수반되지 않으면 엄청난 중노동이라 대부분 오래 버텨낼 수 없다. 몸의 근육을 매우 제한적으로 그리고 반복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쉽게 지치고 탈이 나는 것이다. 건설토목현장에서, 농장에서, 앞마당에서 혹은 무덤에서 너무도 흔하게 마주치게 되는 삽질을 우리는 흔하다는 이유로 쉽고 단순한 노동으로 치부해 왔다.

 

그것이 제아무리 단순 반복적인 일이라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이는 삽질을 경험해 보면 누구나 깨닫게 된다. 평생 손에서 삽을 놓아보지 않은 사람과 간만에 캠핑장에서 우연찮게 삽을 쥐게 된 이가 어찌 같을 수 있겠는가마는 우리가 하찮게 생각하는 모든 일들이 대부분 경험과 연륜이 묻어나는 고귀한 일이란 것을 일깨워주는 데는 삽질 만한 것이 없다.

 

왜 굳이 삽질을 예로 들었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우리가 삽질이란 단어를 얼마나 하찮고 무의미하고 재미없는 일에 빗대어 빈정거리는지는.

 

세상의 모든 토목공사는 삽질로 시작해서 삽질로 끝나는 것이다. 땅을 파는 것도 삽이요... 땅을 덮는 것도 삽이지 않는가. 군대에서 삽질한 이야기를 꺼내놓기 시작하면 대부분 괴로워지겠지만, 삽질의 용도는 무료한 병영의 사고예방 차원에까지 종종 애용되었던 것이다. 훈련기간이 지나고 군기가 풀릴 대로 풀린 군인들을 긴장시키기 위해서는 필요 없는 구덩이라도 파야했던 것이다. 그렇게 손에 익숙해진 삽은 사회에 나가면 참으로 요긴하다. 나는 지금도 삽질에 잼병이다. 그래서 군대에서 구박도 많이 받았지만.

 

삽질은 굳이 노동현장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분명히 중요하고 가치 있는 행위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내가 비록 새벽 2시가 가까워지는 이 시간까지 모니터 앞에서 허무한 삽질을 해대고 있을지언정 삽질은 결과를 낳는다. 그것이 쓰레기통에 들어가건 혹은 사장님의 책상 위에 올라가건 말이다.

 

허무하게 화장실 변기에서 운명을 맞이하는, 파트너 없는 사정(?)보다는 실체적이란 이야기이다. 아직도 1시간 이상은 족히 더 푸어야 하는 내 삽은 벌써 닳아버렸지만 말이다.


* Image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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