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선택의 연속(2012. 9. 7)
* 미련이 남다 : 깨끗이 잊지 못하고 끌리는 데가 남아 있다.
옛 애인, 다니던 직장, 살던 집 따위를 잊지 못하고 선뜻 새로운 시작을 망설일 때 우리는 미련이 남았다고 한다.
* 미련하다 : 터무니없는 고집을 부릴 정도로 매우 어리석고 둔하다.
일의 앞뒤를 생각하지 않고, 그저 보이는 현상에만 의존하여 사고하는 사람을 우리는 미련하다고 한다.
뜻은 다르지만, 미련이란 단어는 대개 위 두 가지 의미로 압축된다.
* 미련(未練) : 익숙하지 않음, 익히지 않음, 경험하지 않음.
한자의 어원은 미숙함을 지칭하고 있지만, 실제 미숙한 사람을 미련한 사람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물론 미련해서 미숙한 사람을 제외하고.
뜬금없이 '미련'이란 단어가 연상된 것은 용례는 다르나 결국 한 가지 어원인 이 단어가 긴밀하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다시 말해 익숙하지 않거나 익히지 않음에서 '미련이 남는다'와 '미련하다'가 파생되었다는 가정.
우리는 익히지 않은 것, 경험하지 않은 일,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부딪혔을 때 자연스럽게 긴장하고 불안감을 느낀다. 자연생태계는 늘 안정적인 상태를 지향하고, 그러한 상태로 돌아가려는 힘이 지배한다. 그것이 물리적인 것이든 심리적인 것이든 말이다.
낯설음은 불안감을 동반하고, 불안정한 심리상태는 자주 예기치 않은 결과 혹은 기대하지 않은 상황을 초래한다. 그 반복적인 경험이 인간에게 낯설음에 대한 경계심을 강화해 온 것이다.
결국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안은 익숙한 것에 대한 회귀본능을 만들어 내어, 우리는 늘 새로운 도전에 망설이는 것이다. 불안과 긴장은 사실 성공적으로 극복되는 순간 흥분과 희열로 연결된다. 익숙함은 편안함은 줄 수 있지만, 극도의 충만감과는 거리가 멀다.
이러한 익숙함에 대한 향수가 미련이다. 따라서, 미련은 익숙하지 않은 상태만 벗어나면 깨끗이 사라진다. 우리가 생각하는 대부분의 미련은 이렇게 허무하고 하찮다. 그저 불편함에 대한 거부감이 미련의 실체라는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불안감을 극복하지 못하면 미련하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다시 말해 미련이 남는다고 하여 현실에 안주하는 자가 '미련한' 자라는 것이다.
왜? 미련은 그저 익숙한 것일 뿐 가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새로움에 도전하는 경우는 이미 익숙한 것에 대한 가치판단은 끝난 상태다. 그런데 새로운 일에 대한 불안으로 이미 사망선고를 내린 미련에 집착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미련한 짓이란 말인가? 미련을 남기지 않는 것은 가치지향적인 것이고, 미련에 안주하는 것은 몰가치한 것이다.
항상 모든 일에 미련은 남는다. 그리고, 거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면 당신 자신이 남는 자가 된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그저 남는 자. 잉여인간. 깍두기.
미련이 미련이 되는 것은 남기 때문이다. 미련이 남지 않고 미련으로 돌아가면 미련은 사라지고 현실이 남는다. 당신이 미련을 남기면서까지 무언가에 도전했다면, 그것은 현실을 극복하려 한 것이다. 그런데, 결국 남아있는 것이 현실이라면 미련하지 않은가?
세상은 미련한 자에게 관대하지 않다. 성장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것이 어디 기업뿐이겠는가? 고인 물이 썩듯이, 고정된 사고도 썩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