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뤄둔 것들

잃어버린 것들의 자리

by 밤하

‘대학 가면 다 해결될 거야.’


그 시절 우리에겐

의심이 필요 없는 진리,

현재를 미뤄도 괜찮게 해주는 문장.


금이 가던 관계도,

해져가던 몸도


잠시 뒤로 두면

합격 통지와 함께

제자리로 돌아올 줄 알았지.


망가지는 것들이 대수롭지 않았다.

곧 모든 게 복구될 거라고 믿었으니까.


하지만

도착하지 못한 목표 앞에서

남은 것은

시들해진 몸과

이제는 말 걸 수 없는 사람들뿐.


관계는 쉽게 돌아오지 않았고,

몸은 예전만큼 회복되지 않았다.


어떤 목표는

건강과 관계를 미뤄두고

붙들어야 할 만큼

위대한 것이 아니다.


절박함으로 쥔 꿈은

이루어져도 허무하고

이루어지지 않아도 허무하다.


그 끝에 보이는 건

잃어버린 것들의 자리였다.

그들이 남긴 온기를 더듬으며

사라진 것들을 그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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