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데기의 사정

재창조의 고통

by 밤하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건

'변화'라는 단어로는 부족해.


애벌레가 애벌레의 형체를 버리고

완전히 다른 생명으로 태어나는 일.

나뭇잎을 먹던 애벌레가 꿀을 마시게 되는 일.


이건

전혀 다른 존재로의 '재창조'야.


재창조가 일어나는 번데기 안에서

온몸을 녹이고 다시 짜내는 동안,

애벌레는 얼마나 아플까.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번데기는 잠잠할 뿐.


그 모습은 우리의 어떤 시기와 닮아 있어.


상처와 결핍,

삶의 무게와 야망,

존중받고 싶은 갈망.


애벌레가 녹듯

나의 모든 것을 녹이며

우리는 창조의 진통을 건너.


고요한 진통이 길어질수록

겉으로 보이는 나는

한 발짝 움직이지도 못한 것 같아

두려워지기도 해.


갑갑하고 어두운 번데기 안에서

같은 말을 반복해.


"나는 곧 아름다운 나비가 될 것이다."


이건 어쩌면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한 최면.


그럼에도,

내가 느끼는 고통이 현실임을 믿어.

겉모습은 잠잠해 보여도

이 고통이 내가 나비가 되는 중이라는 가장 확실한 증거이므로.


성취가 노력의 속도를 따라오지 않더라도,

확신을 놓지 말고

묵묵히 견뎌내자, 우리.


어느 날

나비가 비좁은 틈을 밀고 나오듯,

오래전부터 만들어지고 있던 아름다움이

더는 숨겨지지 않을 순간이


문득

우리 앞에 도착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