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현
오늘 서울의 최고 온도는 38도였고, 올여름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고 합니다. 다들 폭염 속에서 잘 생존하고 계신가요. 이제 모두의 생존을 걱정하는 날씨가 되었습니다.
현아 언니의 글을 읽고 보니 우리가 얼마나 고도의 신체활동을 하였는지 새삼 알게 되었어요. 음식을 삼키고, 발음을 제대로 하면서 대화를 하고, 재채기를 하는 등. 생각해 보니 유아기 때는 위 행위를 하나씩 익히면서 제대로 하는 것이 지상 최대의 과제였는데, 어느새 익숙해져 기본적인 신체활동에 무감해졌네요.
그러나 무지막지한 더위 앞에서 무릎 꿇는 나날이 계속되다 보니 고차원적인 생각일랑 애저녁에 증발해 버리고, 원초적인 단 하나의 생각에 사로잡혀 보내고 있습니다. ‘제발 이 지긋한 더위야 좀 물러나라!’라는 생각에 온종일 지배받는 단순한 종자가 되어버렸습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귀마’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느낌이 이런 걸까요.
그런데 이러한 더위 따위에는 굴하지 않고 냉방도 되지 않는 요가원에서 인테리어를 하는 지선 선생님을 보면서 마치 ‘요가’에서 ‘인테리어’로 종목만을 바꿔서 수련을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주 달라지는 요가원의 모습도 무척 놀라웠지만 수련의 장소와 방법에는 한계가 없는 것이어서 인테리어 작업을 하면서도 수련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지선 선생님은 하루가 다르게 점점 업자의 모습으로 변모해서 공구 벨트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은 이제 어느 현장에 있어도 꽤 연차 있는 기능공 같아 보였는데요. 무엇보다 더위와 고된 노동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날의 공정에 맞춰 차분히 작업을 진행하는 모습이 아사나에 몰입했을 때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달까요.
이러한 과정 끝에 폐허와 같았던 휑뎅그렁한 공간이 약 한 달 만에 안온한 요가원으로 재탄생하였는데요. 그렇게 완공된 요가원은 지선 선생님의 피, 땀, 눈물이 응축된 수련의 결과물로 고스란히 자신의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어요.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에서 화자인 저자는 메트폴리탄 미술관의 작품들에 대해 “세심하게 신경을 쓰고 실력과 인내심을 발휘해서 무언가를 만들어냈을 때 결국 그것이 넘칠 정도로 좋은 것이 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무엇이 됐든 그것을 정말로 잘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얼마나 열심히 해야 하는지, 수월해 보이는 외양을 지니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지 우리는 잘 안다. 내가 자랑스러웠던 이유는 아마도 인간이 수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성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을 만들어 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그것도 꽤 자주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인 듯하다.”라고 말하였는데요.
위 저자의 말을 빌어 표현하자면, 세심하게 신경을 쓰고 실력과 인내심을 발휘해서 만들어 냈고, 결국 그것이 넘칠 정도로 좋은 것이 된 요가원은 지선 선생님의 유일무이한 작품처럼 보였답니다. 그래서 그 요가원에서 보내는 수련의 나날은 작품을 비로소 완성하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더위 속에서 고군분투한 지선 선생님과는 달리 저는 더위에 백기 투항해 요가 수련을 자주 빼먹으면서 숨만 쉬고 있는데요. 올여름이 저에겐 최대의 고비인 것 같습니다. 더위에 주눅 들지 않고 수련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좀 알려주세요.
날이 선선해지면 수련을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인데요. 극심한 더위를 맞이하고 보니 더위만 가신 상태이기만 하면 절로 감사한 마음이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올여름 더위가 준 선물은 단연 더위만 없다면 모든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이네요.
그리고 한편으로 반대의 상황을 떠올리면서 더위를 잠시 잊고자 하는데요. 종종 바람이 거센 제주도의 겨울밤을 떠올립니다. 창틀을 흔들기도 하고 무리를 지어 휘몰아치기도 하면서 자신의 기세를 마음껏 드러내는 제주의 겨울바람이 위안이 되기도 합니다.
바람 부는 날 숙소는 더욱 아늑하게 느껴져서 침대에 누워 바람의 기척을 느끼면서 혼몽하게 잠이 들곤 했는데요. 그때처럼 에어컨 바람을 잠시 두 눈 감고 제주의 겨울바람이라고 상상하면 오늘 밤은 좀 더 손쉽게 잠들 수 있을까요.
지선 선생님, 드디어 내일 요가원에서 수련하면서 볼 텐데요, 무더위의 중턱에서 잘 지내고 계시죠?
[안나현 作, Good n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