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날 따라오는 네 모습이
익숙해진 듯, 아니 조금은 어색해
예전엔 숨기고 싶던 너였는데
지금은 그냥 그래, 좀 괜찮아졌어
바람이 불면 같이 흔들리다가
햇살 속에 너는 더 길게 늘어나
네가 나를 비추는 게 아니라
사실 내가 너를 만든 거잖아
그림자야, 넌 나잖아
빛이 있어야 너도 있을 테니까
달라도, 닮아도 괜찮아
우리의 모양은 늘 변하니까
너무 진지하지 않아도 좋겠어
우린 이렇게도 충분하니까
흐릿한 네 모습이 말해주는 건
완벽할 필요는 없단 거더라
너는 내 그림이고, 나는 너의 빛
서로를 그려내는 사이일 뿐이야
가끔은 네가 더 선명해 보이지만
그게 또 나만의 색인 걸 알았어
그림자야, 우린 괜찮아
같이 걸어가면 길이 만들어지고
빛이 흐리면 너도 흐려져
그게 우리라서 난 웃을 수 있어
그림자야, 네가 어디 있든
나와 함께 있을 걸 잘 아니까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
우린 언제나, 그래 완전해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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