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렸다
밤새 내렸다
세상이 모두
하얗게 멎어버린 날에도
나는 한 점 초록을 본다
담벼락 밑,
누가 버리고 간 화분 속에서
풀 한 줄기가
눈을 헤치며 고개를 든다
세상은 차갑고
바람은 서러운데
그 작은 잎은
왜 아직도 살아 있을까
어쩌면
살아 있는 게 아니라
살고 싶은 마음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발자국에
짓밟혀도
다시 일어나는 초록을 보며
나는 한참을 서 있었다
그 잎은 아무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 침묵이
내 마음을 흔들었다
눈 속에 묻혀 있던
내 오래된 체온이
조용히 되살아났다
세상은 아직
다 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