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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하 Feb 11. 2024

잊히고 싶은 어느 날[1]

part1. 숨을 쉬고 싶어서

모든 지, 너무 많은 것을 

한 번에 얻으려고 하면 탈이 난다. 

지금까지 나는 너무 많은 것을 손에 쥐고 가려고 했다. 

손에 하나씩만 쥐고 가도 

무게를 감당하기 어려운 법인데, 

조금만 손이 가벼워지면 나태하다고 여겼다. 

잠깐 숨만 고를 수 있을 만큼만 

"조금만, 조금만 더"를 반복하며 

스스로에게 채찍질하며 쉬지 않고 달려왔다. 

결국 내가 원래 하고자 했던 것을 

없을 만큼, 몸과 마음이 크게 아팠다.


사실 답은 늘 마음에 있었다. 

삶에 정답은 없지만, 

무엇이 내게 옳은 길인지는 수 있다. 

어떤 길을 어떤 방법으로 가야 하는지, 

어떤 방향에 지금 있는 건지, 

이번에는 조금 돌아가야 더 좋은 것인지, 

누구보다 스스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머리와 마음은 다른 선택을 했다. 

그래서 자꾸만 넘어지고 일어나기를 반복했다.

현실과 마음은 다른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가장 큰 착각 속에 빠져있었다. 

마음에 맞게 현실을 바꿔나가면 된다는 선택을 뒤로한 채,

당장 눈앞의 현실만 보기에 급급했다. 

미련하게 걱정인형을 자처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는 불안했기에 

'확신'과 눈앞에 보이는 '결과'를 좇았는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늘 걱정을 달고 살았고 

걱정에는 고민은 한 세트였으며 

그 고민에는 늘 불안이 달라붙었다. 

나는 평소 선택을 쉽게 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어떠한 선택을 하기까지, 

그리고 그 계획을 세우기까지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여러 가지 길을 만들어두고, 그에 따른 계획을 세우며 

그렇게 끝없는 가정에 가정을 더했다. 

쓸데없는 걱정까지 만들어서 했다. 

후회 없는 선택은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지금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을 하고 싶었다. 


솔직히 말하면, 실패하기 싫었다. 

완벽한 성공을 바라진 않아도, 

완벽한 실패를 피할 수 있는 선택을 하고 싶었다. 

그것이 내가 끝없는 고민을 하는 이유였기에.

하지만 한 걸음 뒤로 물러나 가만히 바라보니, 

나는 완벽한 실패를 피한다는 핑계로 

내가 볼 수 있는 최대한 많은 실패만 바라보고 있었다. 

'반드시 성공하겠어도 아닌, 반드시 실패하지 않겠어'라니 

얼마나 미련한 생각이었는지 모른다. 

적당히 넘어져보고 넘어지는 방법을 배워야 했다. 

실패를 하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데도 

타이밍이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다행인 건 더 늦기 전이라는 것뿐. 

지금까지는 숨이 찰 때까지 헤엄을 쳐왔다면, 

앞으로는 숨을 참을 수 있는 방법을 배워보려고 한다. 

제자리에 머물면서 고민만 거듭하는 것보단, 

준비된 상태에서 옆에 다가온 기회를 

바라보고 낚아챌 수 있도록 

이제는 제대로 된 확신을 가져보려고 한다.

나약하고 흔들리는 건 죄가 아니다. 

본인이 그것을 알고도 

아무런 변화를 주지 않는 것이 나쁜 것이다. 


'천 번은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책도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흔들리는 순간이 찾아온다. 

한 번으로 그치지 않고 평화로워질 만하면 찾아올 것이다. 

흔들리더라도 중심만 제대로 잡으면 된다. 

오뚝이처럼 기울이더라도 

'나'라는 나 자신과 목표를 놓지만 않으면 된다. 

꺾여도 괜찮다, 돌아올 곳이 존재하니까. 

나부껴도, 넘어져도 괜찮다. 

앞으로 무얼 할 것인지, 어떻게 할 것인지만 

뚜렷하게 있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잠깐 넘어지는 게 어때서.

넘어져봐야 일어나는 방법도 배운다. 

그리고 몇 번은 넘어져봐야 회복하고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 

나는 빨리 더 멀리 나아가는 게 아니라,

오랫동안 멀리 걸어가고 싶다. 


숨을 쉬고 싶어서 돌아가는 길을 선택했다.

숨을 쉬고 싶어서 숨을 참는 방법을 배운다.

단지... 숨을 쉬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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