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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하 Mar 15. 2024

잊히고 싶은 어느 날[2]

part1. 숨을 쉬고 싶어서

'힘내!'라는 두 글자, '할 수 있어'라는 네 글자는 응원이라는 가면을 쓰고 마음에 큰 상처를 내기도 한다.  아무리 봐도 나쁜 말처럼 보이지 않아도 그렇다. 누군가에게 응원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이의 뒤에서 그 사람의 성공과 행복을 기원하여 기쁨의 응원을 한다.

때론 반대로 안타깝고 힘든 상황에 처한 이를 위해 버티라고, 괜찮아질 거라는 위로의 의미에서도 응원을 한다.

 

하지만 가끔 의도와 달리 이 응원이 누군가에게 부담을 넘어 오히려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을까?

간신히 악착같이 자리에서, 상황에서 버티고 있는 사람에게 더 버티라고, 할 수 있다고 응원하는 건 도려 사지로 내모는 건 아닐까? 이것도 못 버티냐며 버텨야 한다고 부담을 더 안겨준다. 내가 겪은 응원이란 북돋아주는 아니라 사지로 몰았다.


언젠가 다시 찾아올지 알았지만, 지금 찾아올 줄은 몰랐던 번아웃. 퇴사를 고민하고 있던 참에 찾아온 번아웃은 괜스레 반가우면서도 미웠다. 겨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던 참에, 괜히 맘껏 흔들리라고 놀리는 것 같아서. 결국 숨 쉬는 게 버거워져 퇴사를 결정했다.


사실 용기가 없어 퇴사를 선뜻하지 못했던 부분도 있었다. 미래만 생각하면 대책 없이 퇴사를 하고 싶지 않았고, 때문에 꿈을 잃고 싶지 않았다. 나의 퇴사는 어느새 모두의 관심사가 되었었다. 어느 날은 웃음을 잃었고, 어느 날은 총기를 잃었으며, 어느 날은 시간을 잃었다.


모든 잃어갔던 나는, 스트레스 덩어리 자체였으며

보는 이들의 불편함이자 안타까움이 되어갔다. 순간조차 수치심이 들었다. 몸이, 나의 마음이 아프다는 모두에게 들켜버렸고, 들켰다는 것은 이상 통제가 되지 않는 것을 의미했다. 모두가 나에게 퇴사를 권했다. 사실 나의 망가짐은 당연한 순리 같은 것이었다. 회사의 이상한 시스템과 말도 안 되는 윗선들의 횡포 아닌 횡포에 모두가 이것은 아니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한편으로 본인에게 프로젝트 관련 일이 넘어올까 봐 두려워했다. 프로젝트를 거의 마무리할 때쯤 시기를 보았다. 사실 하나하나 거친 부분이 없었기에 완벽하게 '끝'을 외치고 나오고 싶었다. 그런데 그럴 없었다. 프로젝트가 끝나는 순간 나는 이미 재가 되어 없어질 것 같았다. 프로젝트에 계속 함께했던 팀원이 나에게 조심스레 퇴사를 권했다. 나는 미안함에 고개를 없었음에도

숨을 쉬고 싶어서 팀원에게 동의를 구하고 인수인계를 마치고 회사를 떠났다. 비겁하고 못났어도 어쩔 수 없다. 난 살기 위해, 숨을 쉬기 위해 도망쳤다.


회사를 떠난 지금, 다시 세상을 볼 수 있었다. 걸음 뒤에서 바라본 과거는 여전히 끔찍했으나, 죽을 정도로 힘들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냥 너무 힘들고 지쳐서 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하루라도 모두에게서 잊히고 싶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조금씩 더디지만 회복하면서 성장하고 있는 나는, 이제 과거의 나를 위로할 있는 처지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과거의 나에게 마음의 편지를 남긴다.



힘들면 억지로 힘내지 마.

오늘 힘이 나지 않으면 내일 힘내도 돼.

너도 숨 좀 쉬어야지.

다들 힘들다고 하면 '힘내'라고 하던데

힘든 데 어떻게 힘을 내겠어

나는 그 말이 너무 싫더라.


하루를, 오늘을 겨우 버텼는데

어떻게 힘을 계속 내겠어

힘들다는 건

힘을 내기 어렵다는 건데

더 이상 힘이 안 날만큼 에너지를 다 써서

지치고 아프다는 거잖아


힘들면 억지로 힘내지 않아도 돼

잠시 멈춰있어도 돼

도망가도 되고 피해도 돼

우리 숨이라도 잠깐 쉬자


멈추고 쉬어가는 것도 정말 중요한 거야

네가 다시 설 수 있을 때까지

다시 편히 숨 쉴 수 있을 때까지

나는 기다려줄 수 있어

힘이 든 걸 제일 잘 아는 사람도

힘을 낼 수 있다는 것도 잘 아는 사람도

결국 나니까


충분히 숨을 편히 쉴 수 있을 때까지

잠시 쉬었다가

힘을 낼 수 있을 때

'힘내'라는 말을 받아들이자



숨을 쉬고 싶어서 돌아가는 길을 선택했다.

숨을 쉬고 싶어서 숨을 참는 방법을 배운다.

단지... 숨을 쉬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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