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학교생활도 이랬을까 - 씨씨에 대하여
마지막은 다소 불미스럽게 끝난 교외 오티였으나, 큰 사고 없이 마무리되었기에 우리는 교외 오티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교외 오티 뒤풀이에 걸맞게, 교외 오티에서 생긴 많은 이야기 나누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렇게 많은 이야기가 오갔으나, 선배들의 관심사는 한 방향에 쏠려 있는 듯했다.
교외 오티가 1주일이 지난 이 시점이기에 선배들은 씨씨가 나왔는지 안 나왔는지, 썸을 타고 있던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궁금한 모양이었다. 특히 교외 오티를 진행하며 낌새가 있던 아이들을 지속적으로 물어보았다.
물론 우리도 아직은 잘 모르는 상황이었다. 둘이 몰래 데이트를 하고 있을지, 술자리에서 몰래 챙겨주고 있을지, 이미 씨씨가 되었을지, 당사자가 아니기에 모르는 게 당연했다. 정확한 사실도 모르고, 하필 그 당사자들도 우리 조가 아니었기에 선배들의 궁금증을 해결주기에는 부족했다.
그래도 그중에는 누구나 알 법한 동기들이 있었다. 이미 많은 이들이 그 동기들의 둘만의 식사 현장을 목격하였고, 둘이 손잡고 데이트하고 있는 걸 봤다는 소식도 있었다. (이 소식을 들었을 때,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는 말을 대학교 1주일 만에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가장 확실하게 씨씨로 추론이 가능한 그 동기들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선배들의 경험과 우리 동기들이 눈으로 지켜본 결과로, 이미 씨씨이거나 곧 씨씨가 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물론 당사자들이 밝힌 것이 아니고, 우리끼리 추론한 것이기에 따로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이 이야기가 대두되면서, 선배들은 자신들의 신입생 때 씨씨였던 사람들의 이야기와 본인들의 씨씨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선배들의 씨씨 이야기를 들어봤을 때,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는 없었다. 특히, 선배들의 1년 동안, 아직까지 잘 사귀고 있는 선배들의 이야기보다는 지금은 헤어진 선배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씨씨 이야기를 더 자세히 하라는 뜻에서 일까, 이 자리에는 1년을 축하하는 당사자와 얼마 사귀지 못하고 헤어진 당사자 분들이 모두 있는 자리였고, 더 깊은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1년을 사귄 선배 또한, 장점뿐만 아니라, 씨씨의 단점을 이야기해주었다. 헤어진 당사자였던 선배들은 이와 같이 말을 했다. "씨씨를 벗어나 그 친구와 사귄 것은 후회는 안 하지만, 헤어진 이후의 경험은 굳이 안 해도 될 법한 경험"이라고 했고, 다른 선배는 "이런 고통을 겪더라도, 할 수 있는 경험"이라고도 했다. (씨씨의 당사자들도 역시 씨씨에 대한 개개인의 평가가 다르구나 느꼈다.)
선배들은 씨씨를 하며 수업시간마다, 아니면 학교에서 생활하는 내내 함께 보면서 서로에 대한 정이 깊어지기도, 혹은 질리기도 하기에, 씨씨에 대해 가장 큰 장점과 단점이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와 같은 상황은 다음과 같은 경우를 초래하기도 했다. 초반에는 동기들과 함께 놀면서, '우리 커플은 같이 있다'는 이유로, 단 둘이서 보는 것에 대해 중요성을 모르는 이들이 많았다. 이러한 이들로 인해, 상대방은 아쉬워하고 속상해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는 경우를 초래했다.
위와 같은 상황의 연속 또는 개개인의 갈등과 문제로, 끝난 이들의 결과는 기존 연인 사이의 마지막보다 더 가혹하다. 서로는 동기이기에, 혹은 학과 선후배이기에 짧게는 대학교 4년, 길게는 6년 이상 같이 봐야 하는 사이이다.
서로는 길게 혹은 짧게라도 다른 사람들과는 느낄 수 없는 감정을 교류했고, 그 감정이 하필 과거형이기에 추억하며, 나 홀로 마음이 아플 수 있을 것이다.
다른 경우도 있다. 그들은 한 명 혹은 두 명 모두가 그렇게 만들었던 감정을 계속 소모하게 되면서, 서로의 거리가 멀어져 갔다. 만약 누군가 한 명이 상대방의 변한 모습으로 그 감정을 계속 소모하고 있던 상황이라면, 그 사람은 연애 기간 사이에도 상처를 받았을 것이고, 안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또는 상대방의 마음을 쉽게 보았다거나, 자신의 마음을 생각도 안 해보고, 즉 자신의 섣부른 판단으로 연인의 관계로 발전하였으나, 너무나 빠르게, 마지막을 이야기하게 된 상황이 닥치게 되어, 상대방에게 큰 상처를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대부분이 위와 같은 과정을 밟는다. 다른 연인들과의 마지막을 이야기하는 과정과 그 아픔에는 차이는 없을 테지만, 그 결과가 다른 연인들보다 조금 힘들다는 것이다. 물론 좋은 이별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이별로 좋은 친구로 남을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이유들로 남들보다 좋은 감정을 나눴던 사람이 지금은 안 좋은 감정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 변하여 어쩔 수 없이 오랜 기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서로가 마음이 아프지 않은가.
또한 이러한 상황은 개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같은 과 동기들과 같은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피해를 주게 된다. 본인 때문에 친했던 이들의 사이도 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이 있던 무리 자체가 와해될 수도 있고, 둘 사이에 있는 친구들마저도 불편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물론 개인의 감정을 무시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의 내 생각과 내 감정에 얼마나 충실하냐이다.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고, 지금 감정에 대한 생각이 확고하다면 씨씨는 정말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대학교 입학이라는 설렘과 씨씨라는 고등학교 시절의 로망으로 인해 섣부른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은 해보아야 하는 것은 맞다는 게 내 의견이다.
선배들의 이야기를 듣고, 씨씨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시간이 흘렀다. 이렇게 우리는 씨씨에 대해서 막차 시간이 될 때까지 이야기했고, 역시 다른 이야기보다 흥미로운 연애 이야기였기에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