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목표는 더 이상의 체중 감량이 아닌 45kg 유지였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하루20분 필라테스 – 하천가 한 바퀴 걷기 – 아침 한 끼는 샐러드 (샐러드 외에 포만감을 주는 떡, 고구마, 계란 등을 추가), 밀가루 음식 줄이기를 했다.
주말 치팅 한 끼 외에 노밀 식단을 한 것이 3주 만에 2kg을 감량한 가장 큰 공신이라는 것을 알지만, 3주 간의 다이어트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는 그렇게 엄격하게 하지는 않았다. 몸에 무리를 주고 정신이 피폐해지는 것이 아닌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건강한 식습관이 필요했기에 조금 느슨하게 갔다.
의식하고 신경 쓰면 내 마음이 적당히 원하게 되고 내 몸이 알아서 거부하기를 믿었고, 실제로도 그랬다. 밀가루 음식은 주 2~3회를 넘지 않았다. 샐러드는 매일 아침 먹는 습관을 오래 들이긴 했지만 한동안 물려서 먹지 않기도 했다. 그러자 나보다 딸아이가 먼저 샐러드를 찾는 기이한 현상도 발생했다.
유지어터의 삶이 2개월 간 계속되던 중, 어느 순간부터 매달 몸무게가 500g씩 줄어듦이 보였다.
특별히 운동 시간을 늘린 것도 아니고, 먹는 양을 줄인 것도 아닌데 왜일까?
그렇다고 몸에 이상이 생긴 것도 아니다. 여전히 나는 기운이 있고 활력이 있다.
2021년 2월, 새벽 기상을 시작하게 되었다.
유산 이후, 고요한 밤 시간이 되면 한없이 밀려오는 세상에 대한 원망과 떠난 아이에 대한 그리움으로 잠들기가 힘들었다. 간혹 들리는 신랑의 코골이 소리에도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였다. 그런 생활이 지속되던 어느 날, 육체의 한계가 정신의 아픔을 압도했다. 아이를 재우면서 9시에 같이 잠든 나는 새벽의 어슴푸레한 시간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사실 이전부터 미라클 모닝, 다른 사람들의 새벽 기상을 동경하고 있었고 몇 번의 시행착오도 겪어보았기에 그 시간에 눈을 뜬 나는 너무 기뻤다. 무의식 중에 계획 잡혀 있던 루틴대로 운동을 하고 독서를 했다. 내가 동경하는 이들과 같은 시간대를 누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가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나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내 패턴으로 만들어 갔다. 38년간 야행성 인간이라고 믿었던 내 믿음은 하루하루 철저히 깨져갔다. 총 수면시간이 같더라도 12시에 자는 것보다 10시에 자는 것이 훨씬 잘 잔 기분이었다. 잠을 잘 자면 살이 빠진다는 이야기를 언뜻 들은 적이 있는데 정말 맞다!
주말 치팅데이가 있고 느슨하게 진행되는 노밀, 샐러드 식단이었지만 살짝 지쳐가던 그때, 야식의 유혹도 자연스레 끊어졌다. 늘 1순위이지만 우선순위가 밀리기 십상인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있었던 것도 새벽 기상 덕분이다. 운동, 독서, 글쓰기로 충만하고도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나면 원망과 그리움은 잠시 미루어 두고 잠을 잘 수 있었다. 다음날 새벽 깨어나 원망과 그리움이 다시 올라오기 전, 몸을 달래는 운동과 마음을 달래는 독서를 반복하였다.
푹 자고 야식은 안 먹고 운동은 거르지 않으니, 3개월간 몸무게가 2kg 줄어든 것이 아닌가 싶다.
세상의 소리로 마음이 아프고 머리가 복잡해지기 전, 나를 달랠 수 있는 새벽시간으로 인해 점점 더 일상에 활력이 생긴 건 살이 빠진 그 이상의 효과이긴 하다.
43kg 몸무게를 가지게 된 최고의 비법은 글쓰기였다.
2021년 1월, 이왕 시작한 블로그를 제대로 운영해 보고 싶어 블로그 강의를 들었다. 무시무시한 1일 1포스팅, 글쓰기를 안 한지 20여 년이라지만 그래도 한때 문학소녀였던 내가 어느 정도는 할 줄 알았는데 오산이었다. 서평, 후기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것 없이 너무 어려웠다. 첫날부터 한 줄을 채 제대로 쓰지 못해 눈물이 났다. 단순한 요점 정리가 아닌 나를 돌아보고 생각하고, 머리를 써야 하는 이 글쓰기 노동은 고되었다. 가만히 앉아있는 시간이 긴 것에 비해 에너지 소비량이 꽤 큰 것 같았고, 내 기초 대사량은 늘어난 기분이었다. 마감에 쫓기는 작가처럼 매일 쓰고 또 썼다. 2시간마다 배가 고팠던 나는 늘 간식거리를 입에 달고 살았는데 글을 쓰다 보면 간식 먹을 시간이 없었다. 달콤한 간식 대신 허술하고 이상한 내 글을 보며 허기를 달랬다.3주 가까이 이런 생활이 지속되자 간식 타임은 자연스레 내 일상에서 사라졌다. (삼시 세 끼는 꼬박 잘 챙겨 먹으니 그 걱정은 마시라!) 진짜 배가 고픈 것이 아니라, 습관이었고 마음의 허기가 아니었나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이제 1일 1포스팅은 하지 않지만 여전히 나는 글을 쓰고 있고 이제는 브런치 북 마감에 쫓기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그렇게 나는 총 6kg을 감량하며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임산부의 몸에서 벗어났다.
몸무게보다 중요한 것이 ‘눈바디’라고 한다.
(**눈바디 : ‘눈(眼)’과 체성분 분석기 브랜드인 ‘인바디’의 합성어로, 다이어트를 할 때 거울을 통해 몸을 확인하는 것을 말한다._출처:네이버 지식백과)
라인이 살아난다는 게 이런 것인가 실감하게 되었다.
복근은 아직 없지만 납작해진 배와 잘록한 허리, 한층 더 가늘어진 팔과 다리에옷맵시도 났다.
그리고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내면의 변화였다.
살을 6kg이나 뺀들, D라인에서 S라인으로 된 들, 그것을 어떻게 보느냐는 내 내면의 눈에 달려 있다.
둘째 임신, 출산은 내 뜻대로 되지 않았지만 내 뜻대로 되는 일도 많은 세상이구나, 나는 내가 마음먹은 대로, 노력한 대로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이구나.
살을 빼면서 부정적인 감정들도 어느 정도 빠지게 되었는지 둘째를 가지지 못해서 미운 내 몸이 아니라, 그저 지금 아프지 않고 건강한 내 몸을 사랑하게 되었다. 나 자신을 좀 더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여자로서 내 몸의 역할이 아이를 품는 것만이
다가 아니리라...
건강한 몸을 가진 사랑스러운 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누릴 수 있는 찬란한 시간이 아직 나에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