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가체프 Oct 19. 2021

6kg 감량, 그 시작은?

첫 아이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입덧이 없었다.

먹덧의 기쁨을 한껏 누리며 나는 임신 체질, 축복받은 임산부라고 생각했다. 

그 축복이 그렇게나 빨리 가혹한 현실로 바뀌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임신 6개월 차에 접어들어 안정기라고 생각했던

2020년 6월, 뱃속 아이는 떠났다.


아이는 없는데 살만 찐 이 상황이 처참했다.

남들은 입덧으로 살이 빠진다는 시기부터 잘 먹기 시작했던 나는 임신 전보다 몸무게가 5kg이나 늘었었다. 마른 체질에다 체구가 작은 편인 나에게 5kg은 상당히 큰 수치였다. (내 키는 160cm가 안된다. 이 정도만 말해도 대충 짐작하시리라.)

 

중기 유산인지라 자연 출산만큼 혹사당한 몸을 생각해

산후 마사지를 받았고 부기는 빠졌다. 혼자 필라테스를 했지만 4개월 동안 2kg 감량 후, 더 이상의 진전이 없었다.

 

유산 전, 매일 내 배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대고 태담을 해주던 딸아이가 어느 날,

"엄마, 엄마 배에 이제 아기 없는데 왜 이렇게 볼록해?” 

라고 천진난만하게 물었다.



여전히 임산부 같은 몸, 둘째 생각이 더 나게 하는 D라인이 몸서리치게 싫었다. 하루라도 빨리 이 몸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2020년 11월, 온라인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정적인 활동을 좋아하여 요가, 필라테스만 주로 하던 내가 처음으로 다이어트 댄스에 도전하였다. 몸치, 박치인 내가 영상을 한두 번 보고 동작을 제대로 따라 하기는 만무했지만 경쾌한 음악을 들으며 몸을 허우적거리다 보면 절로 신이 나고 웃음이 나왔다.

나만 둘째가 없다는 사실이 또다시 각인되는 동네 놀이터에 가기 싫었던 시기라 활동적인 딸아이에게 미안했는데 딸아이와 함께 춤출 수 있었다. 서로 몸을 부대끼며 마주 보고 참 많이도 웃었다.



혼자 설거지하며 울기보다는 노래를 흥얼거리고 스텝을 밟는  날도 늘었다. 몸을 움직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자연스레 생활에 활력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행복하고 자신감 있는 내가 되기 위해
오늘 스트레칭을 했나요?


다이어트 프로그램의 일환인 라이프 코칭을 통해 내가 스스로 정한 질문을 되새기면 하루라도 운동을 안 할 수가 없었다.

매일 아침 눈 뜨는 게 싫고,   밖을 나가기가 싫던 내가 만들어낸 질문이란 게 아직도 신기할 따름이다.


살기 싫었던 그때가 아이러니하게도 다시 잘 살고 싶었던 때였음을…

죽고 싶다던 그때, 오히려 살기 위해 참 많이 발버둥 쳤구나 싶다.

 

완벽하진 않지만 바른 습관을 위해 노력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했던 나는 가벼운 산책을 즐겼고, 삼시 세 끼를 제때 챙겨 먹는 편이었고, 영양제도 잘 챙겨 먹었다.

밤낮이 바뀌어도, 식사를 걸러도, 몸에 안 좋은 걸 많이 먹어도 잘만 임신되고 건강히 출산하는 주변 사람들을 보며 유산 이후 내가 신경 쓰고 노력했던 모든 행위들이 무의미해짐을 느꼈다.

(예전부터 몸을 잘 챙겨 놓았기에 그래도 지금 안 아픈 건가 하는 생각이 종종 들긴 한다. 유산 또한 출산한 것과 같이 몸에 무리가 가는 큰 일인데, 나는 아픈 곳 없이 멀쩡하다.)

 


나는 이제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지속해 오던 생활습관이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았지만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는 “무의미”는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댄스가 중심인 다이어트 프로그램이었지만 꾸준하고 균형적인 활동을 위해 근력 운동, 산책, 달리기 등 다양하게 권했다.

뱃속에 아이를 품고 매일 산책했던 그 길을 다시 혼자 걷는다는 것은 나에게 큰 도전이었다. 길가에 예쁜 꽃을 보면 뱃속 아이에게 이야기해 주었고, 맑은 하늘을 보며 뱃속 아이에게 노래해 주었던 그 길, 모든 것이 뱃속 아이 하나로 하여금 의미가 있었던 그 길이, 의미가 있었던 내 행동이… 이제는 의미 없이 그냥 걷고 또 걸었다.


말 잘 듣는 학생인 나는 셀카 미션을 위해 셀카도 찍었다.

이 어색함이란… 무표정이다…

하루 이틀 지나면서 이왕 찍는 거 그래도 앱으로 예쁘게 찍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억지웃음으로 시작했다가 입꼬리가 나도 모르게 살짝 올라간다.

 


여전히 예쁘다.

이 길도, 환한 햇빛도, 나도…


유산한 몸이라고 해서 쓸모없는 건 아니다.

아이를 품고 있든 아니든 여전히 내 몸은,

나는 사랑스럽다.

 

육아 외에 다른 일은 나 스스로가 현실의 장벽을 높이 쌓았고, 내 능력의 한계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육아와 둘째 출산에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삶의 의미는 하나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늘 그랬듯이 내가 처한 상황과 주어진 환경에 맞게, 이번에도 내가 다시 만들어 가의미를 부여하기 나름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다시 내 몸을 챙기자, 나를 사랑하자.

 


그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스트레칭을 하고 춤을 추고, 내 몸을 챙기자는 생각으로 아침 한 끼 샐러드를 먹고, 밀가루 음식 줄이기를 했을 뿐인데 내면의 변화가 생기자, 몸무게 변화에도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엄청 힘들게 운동을 한 기억이 없음에도 3주 만에 몸무게가 2kg이 줄었다. 내 바람대로 나는 45kg으로, 2021년 새해를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후, 나는 2kg이 더 빠져 임신 전보다도 더 가벼운 몸을 6개월째 유지하고 있다.


체중을 더 감량할 생각은 없었는데 저절로 살이 빠지게 된 마지막 최고의 다이어트 비법은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이전 09화 핫핑크 유모차, 이제 안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