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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예리 Nov 20. 2023

마음에 하늘나라가

2. 시장통 우리집


우리 집은 가게와 살림집이 딸린 적산 가구 안채을 따라 안으로 넓은 안마당 중심으로  바깥채와 별채가 디귿형으로 둘러있다. 사실 샘터와 장독대, 그리고 텃밭과 돼지우리를 합하면 우물 정자형 셈이다. 바깥채는 외지에서 온 일곱 가구에게 세를 놓았고 별채는 집안에 특별한 때와 방문 손님의 거처로 사용한다.  

시장통에서 식료품 장사하는 우리 집은 늘 이른 아침부터 바쁘다. 부모님 기상을 알리는 안방의 검은 자명종 벽시계가 새벽 다섯 시를 울리면 언제나처럼 아버지는 바로 이부자리에서 일어나 방 불을 밝히고 벽걸이에 걸어놓은 평상복 차림으로 샘터로 가신다. 콩나물광 시멘트 외벽에 세워 놓은 양은 세숫대야를 샘바닥에 놓고 펌프대 왼쪽 직사각형 시멘트 목욕탕에 가득 받아 놓은 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주황색 플라스틱 바가지로 한 가득 담아 세수 대야에 쏴~악 쏟아붓는다.

아버지는 여느 날처럼 비누칠 없이 '푸-우와! 푸-! 연속 요란한 소리내며 얼굴과 목과 귀를 번갈아 물 세례를 한다. 샘터 목욕탕 옆 장독대 위로 굵은 황색 노끈의 빨랫줄에 널린 세수 수건으로 얼굴, 목, 귀 닦은 수건을 목덜미에 걸치고 콩나물광으로 가신다. 굵은 소금단지에서 한 움큼 소금을 움켜 쥐고 샘터로 나오자 아버지는 오른손 집게와 약지 손가락을 나란히 모아 왼손바닥의 소금을 찍어 열심히 치아 닦은 손을 헹군 다음 펌프질로 받은 한 바가지의 물로 고개 젖혀 목청까지 가글가글 뱉어낸다. '아-하!' 하고 힘찬 기합을 낸다. 아버지는 목덜미에 걸친 수건으로 입가를 토닥토닥 한 다음  빨랫줄에 가지런히 걸쳐 놓는다. 그리고는 잠시 마음 자세을 다지고는'아버지의 신전' 가게 전방 대들보 기둥 정면 향해 부엌을 지나 안방과 사랑방 통로로 씩씩하게 걸어간다. 


전방 대들보 기둥 앞에 선 아버지는 첫 번째 문짝 상단 틈에 맞물린 강목을 빼낸다. 그런 다음 문짝의 안쪽 손잡이 칸에 양손으로 살짝 들어 올린 동시 오른발 앞꿈치로 문짝 하단을 툭 차 밖으로 빼낸다. 그에 따른 나, 다, 라, 마, 바, 사, 차, 하... 전방의 열 여섯 문짝 순으로  한짝 한짝 떼어 대들보 기둥을 중심으로 왼편 오른편 안채 건물  외벽 향해 세워놓는다. 180도 활짝 열린 전방에 아버지는 맨 먼저 전방 안쪽 통로에 놓아둔 문지방 너머 진열대 물건들 하나씩 하나씩 시장통쪽으로 진열해 놓는다. 그 다음에는 안채 전방 건물 오른편 외벽과 고지백이 양철집 사이 작은 공간이 있는데 그곳에서 전방 앞으로 설치할 생선대 골조용 생선궤짝 운반한다. 

이때 어머니가 방에서 나와 작은 공간으로 간다. 정사각형 두부 한 모, 두 모, 세 모, 네 모.. 일곱 모 그리고 반 모의 두부가 잠수해 있는 양은 다라 받침대 골조 궤짝과 노란꽃들이 총총 박힌 콩나물시루 받침대 골조 확고짝을 배치한다. 아버지는 생선대 왼쪽으로 얼간이배추단, 열무김치단, 상추, 오이, 가지, 아옥, 호박, 대파단 등 종류의 채소단 진열에 바쁘다. 어머니는 사랑방 마루에 놓아둔 왕겨 위에 피라미드식으로 쌓아놓은 사과, 배, 복숭아 , 참외, 토마토, 포도송이 과일 궤짝을 전방 오른편 문지방 경계를 따라 진열한다.    


우리 집 안채 전방 문지방에 올라서 대들보 기둥을 잡고 안쪽으로 들어앉은 바깥채와 별채까지의 구조를 기억해본다. 180도 오픈식 목조 구조의 전방 진열대는 세 부분으로 나뉘어있다. 식료품 코너와 쌀가게는 베니로 합판으로 경계돼 있고 식료품과 건어물은 전방 대들보 기둥 중심으로 통로 오른편에 식료품 코너가 왼편에 건어물 코너가 자리하고 있다. 

식료품 평면 진열대 가장자리 상단부에는 코발트색의 나팔 든 아기 천사 상표의 종합 선물 상자가 진열돼 있다. 중간부에는 누런 봉지의 달짝지근한 건빵과 오꼬시, 샘베, 라면땅이 진열돼 있다. 중간부에는 콘티넨탈, 삼립식품, 카스텔라, 크림빵, 소라빵, 단팥빵, 아이스 슈가 빵 종류의 빵과 어릴 적 내가 좋아했던 진분홍, 연분홍, 초록, 파랑, 노랑, 흰색의 아기 천사 상표의 별사탕과 주사위 크기의 카레멜, 양갱이, 복숭아씨 만한 박하사탕, 색색깔마다 종류의 과일 맛난 해태 드롭프스가 진열돼 있다.

하단부에는 첩첩이 쌓인 노란색 반쪽 오렌지 로그의 두툼한 오렌지 주스 가루 봉지와 빨간색의 '뉴스가' 글씨체 로고의 감미료 비닐봉지와 하얀 알약 모양의 감미료가 들어있는 당원각 나란히 신선로 상표 '미원'과 빨간 글자 상표 '미풍' 조미료와 곤소금 봉다리와 한복 차림의 장구치는 여인 모습의 아리랑 상표의 가닥가루와 밀가루 봉다리 옆 나란히 호박색 포장의 삼양라면이 수북이 진열해 있다. 전방 천장에는 파라솔 집게에 물린 미원, 미풍, 뉴스가 봉다리가 금성 선풍기 바람에 빙글빙글 돌아댄다.      


식료품 평면 진열대 중앙 상단부에는 대한제분 밀가루 포대와 백설표 흑설탕과 백설탕 누런 포대종이 주둥이를 돌돌 말아 놓여있다. 판매 때마다 공기 접촉으로 돌덩이처럼 딱딱함은 흰 곱돌과 같은 미제 우유가루도 마찬가지다.  설탕 포대 옆 나란히 민트색 kitchen 저울이 있고 옆에는 겉표지가 두툼하고 딱딱한 검은 외상 장부책 위에 주판알이 호두알 만한 검은 주판대가 위엄하게 놓여있다.

상, 중, 하단부로 경사진 식료품 평면 진열대 바닥 공간에는 해 오르는 상표의 깡통 식용유 뚜껑 구멍에 흰 플라스틱 호수 빨대가 꽂혀있다. 그 옆으로는 불투명한 플라스틱 용기의 샘표간장과 종표간장 나란히 골연박스에 담긴 비닐 속 샘표 짜장, 종표 고추장에 빨강 밥주걱 꽂아 비닐 주둥이를 한쪽으로 틀어 놓아있다.

또 다른 옆쪽에는 표면에 허연 앙금이 둥둥 뜬 노란 단무지 단지가 놓여있다. 


식료품 평면 진열대 뒤편에는 전방이 훤히 내다보이는 안방 미닫이문 사이로 난 통로와 경계되는 오픈식 목재 선반 진열대가 우뚝 서있다. 선반 상단열에는 꽁치, 고등어, 어묵, 황도 복숭아, 청포도 깐스매가 진열돼 있고 따라 우량아 신생아 사진의 빨간 남양 분유통과 목장 젖소 그림의 파란색 서울 연유통이 진열돼 있다.

선반 중간열에는 환타, 칠성사이다와 이홉들이 금복주와 두꺼비표 소주병이 진열돼 있고 백학소주 대자병과 정종 술병이 선반 하단에 진열돼 있다. 진열대 지면에는 연탄 불쏘시개 일회용 숯봉지로 가득찬 확고짝이 있다. 옆으로는 '애경' 이라 새겨진 세탁비누와 수북히 쌓여 있는'럭키 하이타이' 세제 비닐 봉다리와 빨간 이쁜이 세숫비누와 노란 동산유지 다이얼 세숫비누와 함께 럭키 치약 상자가 짝으로 진열돼 있다. 


일곱 살 나는 단 것을 좋아한다.

어느 날 아버지가 전방에 부재중 일 때 틈 탄 나는 자루만한 누런 봉투 주둥이를 구겨 돌돌 말아 오므려 놓은 백설탕, 흑설탕과 나란히 미제 분유 가루 포대가 진열된 식료품 상단부에 몰래 다가가 포대 봉투 속으로 겨드랑 깊이 손을 넣고 돌덩이 흑설탕을 꺼내 재빠르게 입에 넣고 알사탕처럼 우물우물 녹여 먹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어느 여름날에는 할머니가 한참 굴러낸 차디 찬 펌프물에 흑설탕 타 줘 마셨고  또 어느 날에는 스테인리스 양푼에 짙은 향내 풍기는 싱싱한 토마토를 원형으로 앏게 썰어 흑설탕에 버무려 줘 먹었다. 그때의 선홍색 토마토 색깔, 향내 그리고 그 맛은 오늘날 어느 슈퍼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어서 안쪽 살림집을 기억해 본다. 

전방 식료품 목재 오픈식 선반 진열대와 안방 미닫이문 사이로 난 통로 바닥 중간에는 안방 구들장 연탄 고래가 설치돼 있다. 안방 뒤편으로 부엌방과 콩나물광 그리고 땔감 광이 자리하고 있다.

알전구 없이는 칠흑처럼 컴컴하고 늘 싸늘한 공기가 감도는 두 평의 '콩나물광'에는 주황색 플라스틱 바가지가 떠 있는 적색 고무 대야 위에 U자형 나무목에 받쳐놓은 콩나물시루가 있다. 다른 한쪽 모퉁이에는 내 키보다 높은 소금독과 노랑물에 많은 무우가 담긴 거대한 항아리가 있다. 콩나물광 외벽으로 또 하나의 길고 좁다란 창고(땔감)가 있다. 그곳에는 패로 갈라놓은 장작개비가 첩첩이 담처럼 쌓아있고 맞은편에는 정교하게 짜인 목재 문짝이 첩첩이 쌓여있다. 나중에 그러니까 부모님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가게 전방을 포기하고 외지에서 온 사람에게 세를 주고 우리 가족이 별채로 옮겨갈 때 나는 이곳과 안채 사랑방 마룻바닥에서 몇 켤레의 일본 나막신을 발견했다. 당시 나는 나막신이 옛날 사람들이 신었던 신발로 추측했을 뿐 나막신 정체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은 학교 교육을 통해 일본 사람의 신발이라는 걸 알았을 때 우리 집은 오래 전 일본 사람이 살았던 적산가옥란 생각을 했다. 이상 안채 왼편의 전방과 살림집이다. 다음은 안채 오른편 전방과 살림집으로 기억해 보겠다.

 

건어물 평면 진열대 상단부에는 은행, 잣, 호두, 실고추(샤프론), 마른 대추, 마른 곶감, 마른 밤이 담긴 직사각형 목재 용기 위에 정사각형의 소, 중, 대박이 각각 놓여있다. 중앙부에는 멸치 크기로 담긴 직사각형 목재 용기가 진열해 있고 옆으로는 50인치 길이의 마른 미역단과 소금기로 축축한 미역단과 모자반 줄기단, 다시마가 진열돼 있다. 천정에는 건조된 문어와 가오리가 비닐 포장돼 매달려 있다.


오른편 뒤편에는 식료품 오픈식 목재 선반 진열대 열과 맞춰 가로세로 6피트 높이의 정교한 유리 진열장이 위엄한 자세로 서있다. 진열장 안에는 특별한 날( 지상정, 고사, 굿, 제사용) 물건들로 가득하다. 층층이 진분홍, 초록, 노란색 쌓인 마치 왕관처럼 만든 화려한 산자가 진열돼 있다. 진분홍색, 하얀색, 파란색으로 겹겹이로 AA 사이즈 건전지 만한 스펀지 과자 (지금의 마시멜론)도 있다. 한쪽에는 진분홍색 줄무늬 알사탕과 메추리알 모양의 하얀 밤 사탕 과자류와 비닐에 포장된 값비싼 건어물이 진열돼 있다. 유리진열장 옆 통로쪽 그러니까 유리 진열대와 나란히 설치된 오른편 오픈식 목재 선반 진열대 상단부에는 열 자루씩 직사각형 상자에 포장된 신양초와 아리랑 통성냥, 나무 도시락과 나무젓가락이 진열돼 있다. 중앙부 선반에는 높이 둘레가 대략 30-35 센티 미터의 오동나무 돈통이 위엄하게 자리하고 있다. 돈통이 위치한 선반 진열대 안쪽 마루 딸린 사랑방과 연결된 여덟 층계를 바라보고 있다. 여덟 층계를 오르면 신비한 다락이 있다. 일곱 살 나는 층계 오르내리는 우리 집 구조에 남다른 우월감에 차 있다. 나는 이층 집 계단, 열차에 오르는 계단, 풀 둑 아래 개울물이 흐르는 개울가의 거친 시멘트 계단 위를 오르락 내리락하는 것에 알 수 없는 희열을 느낀다.

다락 한쪽에는 제사상과 목기 상자가 가지런히 놓였고 다른 한쪽 모퉁이에는 코르크 끈으로 꽁꽁 묶인 서 너 다발의 책 뭉치가 있다. 그 외도 내가 알지 못하는 것들로 수두룩하다.


부엌은 다락방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밤색 옻칠 된 가로세로 4피트 크기의 3단 구조의 웅장한 우리 집 부엌 찬장은 부엌방을 마주 보고 있다. 끄름으로 까만 부뚜막 벽 맞은편 벽에는 대나무 조리개, 생선 석쇠, 양은 주전자, 짙은 팥죽색 옻칠로 반짝거리는 밥상 두 개가 박힌 못에 걸려있다. 윤나는 부뚜막 회바닥에는 가마솥과 큰 양은솥 두 개 걸친 아궁이와 연탄 고래가 설치돼 있다. 부뚜막 끝자락에는 적색의 고무 대야, 자신 물그릇과 종그래기가 떠 있는 물 양동이가 놓여 있다. 말끔한 부엌 바닥 한쪽 모퉁이에는 끼니 지을 때마다 소량의 솔잎과 서 너쪽의 장작개비 옆으로 나무 부식 깽이와 연탄 찌개 그리고 부엌 빗자루가 가지런히 세워있다. 부엌문은 안방과 샘터를 경계하는 견고한 두 개의 목재 외닫이 문으로 연결돼 있다.   


샘터 바닥 중심에 우뚝 선 펌프대 왼쪽에는 직사각형 욕탕이 있다. 옆으로는 일곱 살 내 키보다 큰 조선간장 항아리와 노란색 물에 한가득 담긴 무우 항아리와 크고 작은 양념장 항아리와 시루 단지, 판내기가 가지런히 놓여있다. 다른 한쪽에는 어머니가 아기 출산 후에 한약 다려 마시는 까만 약탕기도 놓여있다.

한 여름날 떼악볕 내리쬐는 장독대에는 고추장, 된장, 조선간장의 거대한 단지 뚜껑을 열어놓는데 자극적이인 짠 냄새는 표정이 일그러질 만큼 지독하다. 흥미로운 것은 여러 메주덩어리와 숯조각 그리고 적색 마른 고추가 표면으로 희끄무레한 곰팡이 이물질들과 둥둥 떠있는 것이다.


장독대를 기역자로 두른 시멘트 벽돌 담쟁이 끝 코너에는 연탄광이 위치하고 있다. 입구에는 석유난로와 하얀 플라스틱 기름통과 풍로가 한쪽으로 세워있다. 샘터 양철지붕 천장 가장자리에서 장독대를 지나 연탄광 입구 기둥에 매 놓은 황색 노끈의 빨랫줄에는 넉 달 된 여동생 성아의 흰 소창 기저귀가 바람에 펄럭이며 럭키 하이타이 세제에 삶은 냄새를 풍긴다.


바깥채와 별채로 둘러싸인 안마당은 안채 샘터 시멘트 담쟁이와 빗장 대문으로 연결돼 있다. 땔감광 외벽과 바깥채 1번 가구 사이에는 리어카 한 대가 드나들 수 있는 쌍대문이 있다. 일곱 가구 입주자는 이 대문을 이용한다. 우리 집 쌍대문는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신밧드 신발가게와 나란히 갑촌 양복점 뒷대문과 박목수 아저씨네 집 대문을 마주 보고 있다.

안채 샘터에서 안마당을 지나 저만치에는 안채 부엌 보다 두 배 큰 일자형 부엌과 대청마루와 골방이 딸린 안방과 건넌방 구조의 별채가 들어앉아 있다. 별채 뒤뜰과 텃밭은 동네 골목길을 경계로 한 맞춤형 시멘트 담벼락이 세워있다.

별채 대청마루를 중심으로 앞으로 펼친 안뜰과 꽃밭, 샘터와 장독대가 자리하고 있다. 왼쪽으로는 이웃집과의 흙담쟁이와 돼지우리와 돌담쟁이 경계를 따라 철마다 옥수수, 딸기, 대파, 고추, 가지, 토마토, 아욱, 상추 등을 심는 넓은 텃밭이 있다. 샘터와 장독대를 마주하는 바깥채는 갑촌 플라스틱 공장과 돼지털 공장(가발공장)에 다니는 객지에서 온 일곱 가구가 세를 살고 있다. 


가구 1번- 젊은 경상도 부부와 신생아 딸

가구 2번- 가발공장 다니는 세 명의 젊은 경상도 언니

가구 3번- 가발 공장 다니는 누나와 중학생 남동생

가구 4번- 갑촌 신작로에 위치한 돌다방 레지의 잘 생긴 아들과 예쁜 여자 친구

가구 5번- 한전소에 다니는 외지에서 온 두 젊은 전기공

가구 6번- 플라스틱 공장에 근무하는 남반장가족

가구 7번- 플라스틱 공장에 다니는 중년의 임씨 가족


바깥채 일곱 가구 방 구조는 똑같은 창살 틀에  창호지 바른 두 짝 미닫이 방문과 골목길 쪽으로 난 목재틀의 창호지 들창문이 있다. 들창문을 열면 일곱 개의 맞춤형 시멘트 원통형 굴뚝통이 대포처럼 하늘 향해 뻗쳐있다. 한 사람 들어설 부엌 공간은 격자무늬의 창살 틀 창호지 미닫이 방 문짝으로 난 외벽 지면으로 고정된 연탄아궁이가 설치돼 있다. 가족을 이룬 가구는  부엌 흙 외벽을 등지고 작은 찬장이 놓여있다. 

미혼자가 사는 부엌에는 찬장을 대신한 확고 짝에 천을 달아 압침으로 고정해 밥그릇, 고추장 종지, 김치, 장아찌 등 반찬 그릇을 보관하고 있다. 대부분 가구 부엌에는 스무 장 안팎의 연탄 줄과 석유 담긴 정종병에 꽂힌 하얀 플라스틱 호스와 석유난로를 갖추고 있다. 사면의 방 벽은 일곱 가구 똑같은 꽃무늬 벽지로 도배돼 있다. 가족을 이룬 방에는 윗목 벽을 향해 알록달록한 큰 모란꽃 문양 바탕에 실버 장식 모서리의 반닫이 상자가 놓였다. 그 위로 솜이불과 담요와 베개가 올려있다. 1번, 6번 그리고 7번 가구 방에는 해당화, 매화꽃과 공작인지 봉황새인지 꾀꼬리인지 참새인지 화려한 색수로 놓아 빳빳하게 풀 매겨 디딤돌에 방망이로 두들겨 손질된 하얀 옷 덮개가 연탄 고래 놓인 구들목을 차지한 옆 외벽 전체에 걸려있다.


마지막으로 바깥채 끝자락 7번 가구 외벽 사이로 우리 집 식구와 함께 사용하는 공동변소가 자리하고 있다. 변소 똥다리에 쭈그리고 앉아 내려본 똥통의 깊이는 일곱 살 내게는 두려울 만큼 깊다. 여름철에는 통통한 구디기가 구불구불 떼지어 나와 변소 주변 땅바닥을 기어 다녀 할머니가 군데군데 허연 가루를 뿌려 놓는다.

이 광경으로 우리는 더 더욱 변소을 꺼리며 돼지우리 앞 덤탕에서 볼 일을 본다.

초겨울 어느 늦은  밤이었다. 덤탕에 웅크리고 앉아 볼 일을 보는데 다른 날 밤과 다르게 이상하게 밝은 것이다.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세상에라, 보름달 속까지 훤히 보이는 어마어마한 보름달이 내 머리 위에 있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큰 달은 처음 보았다. 문득 달 속에서 누군가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은 생각이 들자 똥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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