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찰 퇴직자의 세계 배낭여행
그림자처럼 떠나도 챙길 건 챙겨야지.
짧은 속옷과 양말은 여벌로 둘,
밤새워 타는 기차에서 에어컨 방어용 외투 하나,
위장이 파업하면 대장은 더 큰 파업,
누룽지로 협상 준비도 해야지.
언젠가는 고양이처럼 쉴 침낭도 필요하다네.
어허, 하나둘 익숙함을 담다 보면
짐의 무게가 수렁처럼
발목 잡을까 걱정이라네.
그래도 달러는 넉넉하면 좋지.
요즘 장례식엔 노잣돈 필요 없다네.
여권 유효기간은 출발 전 확인해야지.
걷고 싶은 거리, 머물고 싶은 골목엔
지도 위에 리본 하나 묶어 저장하고 떠나보세.
놓고 떠나야 할 건 많지만,
나를 잡는 내 정신만은
사라질 그림자처럼
그 자리에 개켜두고
가벼이 떠나야 한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