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카라코람 하이웨이 - 해탈 퇴직자의 단체 배낭여행
훈자는 과일 바구니 같다.
밭과 밭 사이, 강을 따라 이어지는 들판에는
체리가 까만 구슬처럼
나무줄기를 따라 주렁주렁 하늘로 오른다.
살구는 칠월에 벌써 익어 떨어지고
커다란 나무에는 호도가 굵게 영근다.
바구니 속 경사를 오르다가 차를 만나면
운전사는 밖 거울을 접으며 비켜선다.
눈은 직선이라 ‘빵빵’ 반사하는 청각으로 서로의 존재를 알린다.
듀이카르 Hard Rock Hunza에 서면
칠칠팔팔 미터의 라카포시 설산이
하얗게, 거울처럼 아침 햇살을 반사한다.
눈을 옆으로 돌리면
레이디핑거가 새끼손가락처럼 솟아 있고
그 곁, 훈자 피크는 스카프처럼 구름을 걸치고 있다.
훈자 어디에나
플라타너스나 은사시나무가 무더기 무더기로 서 있고
설산 아래 돌산, 돌산 아래 푸른 마을, 마을 아래 훈자 강이 계곡을 깊게 파며 검게 흐른다.
칠천 미터 설산들이
이천팔백 미터 독수리 둥지를 중턱에 걸쳐 놓고
그 위에 선 인간들에게
돌아가며 산들을 경배하라 설산 빛을 뿌린다.
훈자는 채색 짙은 그림이다.
나가르와 훈자를 가르는 훈자 강,
검은 물이 거친 돌을 굴리며 폭포처럼 소란스럽다.
비탈진 집들 사이
계단 길옆 도랑에도
호텔 밖 수영장과 도랑에도 물을 검게 푼다.
차들은 먼지와 매연을 뿜어대고
경유 발전기 굉음이 소음을 보탠다.
검은 얼굴에 하얀 이를 드러낸 큰 체구의 사람들은 부드럽고,
마을의 푸른 잎들은 햇볕을 끌어안는다.
설산 아래 훈자는 물감을 모두 풀어 놓은 그림,
검은 물의 소란스러움을 담은 양은 그릇이다.
그 그림 안에
사람을 그려 넣은 사랑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