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자의 세계 단체배낭 여행 1-1 여행자의 꿈

1-1 여행자의 꿈

by 초이르바

언제나처럼

배낭을 싸고 풀기를 반복한다.

이번엔 누룽지도 컵라면도 담지 않고

가루 죽과 호박 차 몇 개 넣는다.

나, 이제 더 가벼이 걸으리라.

걸을 수 있을 때까지 세상 구석구석 날개를 펴리라.

맑은 태양 아래 초원에선 팔다리 펼쳐 누우리라.

바람 물결이 만든 모래 언덕에서는 몸이 썰매 되리라.

설산 녹은 호수 앞에서는 내 영육에 파란 물 스미게 하염없이 서성이리라.

크루즈에서는 바다 물결에 눈을 두고

삶의 속도를 보리라.

산과 강은 차창 밖으로 스치게 두리라.

여행자 거리에서 여행자의 틈에 나도 끼어보리라.

어디에선 바람처럼 휘휘거리고

어느 곳에선 꿈처럼 발걸음조차 두둥이고

어딘가에선 까마득한 옛일처럼 나를 잊다가

문득, 그 자리에 앉아 나를 바라보리라.

낯선 곳에서 평생 굳어진 얼굴과 팔다리로

다시 태어난 어린아이처럼 웃으리라.

살며 달라붙은 온갖 때를 털어내리라.

언어만의 삶을 털고 여섯 감각으로 느껴보리라.


발길 닿는 곳에서 삶이 여행임을 보리라.

걷다가 쉬고 또 걷다 쉬리라.

먼 길을 바라만 보아야 할 때는

가까워서 아껴둔 길 걸으리라.

삶은 계절을 찾는 몽골의 소 떼, 양 떼다.

카라코람 하이웨이에서나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서나

아니면 다르질링 구불구불 오르는 길에서

잠시 비껴 쉬며 해찰하다가

손짓만으로라도 조르바처럼 춤추어야 하리라.


작가의 이전글최장기 베스트셀러 춘향가, 전주판본인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