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부 남인도, 힌두 사원과 성당과 교회의 공존-해찰 퇴직자의 세계 여행
인도에서는 인도식으로 생각하라.
버스가 늦는다고, 약속 시간 지났다고
내 핏줄 부풀릴 것 없다.
그래도 나는 정시에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
내 탓이 네 탓일 수는 없다.
대기실 없는 길가에 버스가 도착하면
짐칸에 짐들을 차곡히 쌓고 오르는 이층 침대 버스,
오르면 오른쪽엔 하나씩 위아래로 1인용 침대,
왼쪽엔 긴 의자로 둘씩 누울 수 있는 2인용 침대,
앉으면 머리가 천장에 닿을 듯한 위층 침대,
그곳에 오를 땐 숙녀라도 고개 숙여 바둥거린다.
얇은 하얀 시트 하나, 담요 한 장 놓인 침대,
발끝 닿는 곳 시늉만 낸 선반에 신발을 개어 놓는다.
양쪽 커튼을 내리면 두 자리 경계 없어 부부 침실,
울퉁불퉁 도로가 기울어질 때 몸도 기울어지고
전후좌우로 밀리다가 제자리로 육신이 돌아온다.
남인도 도로는
밤새 달려도 잔잔한 곳이 없다.
저녁 식사 겸 휴식 시간이 되면
버스 기사 옆 차장이 무어라 외치며
잠자는 시늉만 하는 승객을 깨운다.
길가 휴게소에서 식사 겸 휴식이 끝나면
차장은 커튼을 들추어 승객을 확인하고
버스는 서툰 운전사처럼 덜컹거리며 다시 출발한다.
모로 누우면 더 흔들리고
통로 쪽을 등지면 통로로 굴러떨어질 듯 허전하다.
저녁이 되기 전에 출발한 차는
아침 식사 전에 도착하여 호텔을 깨우려 들어설 때
릭샤꾼들이 번개처럼 달려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우리를 에워싼다.
밤새 굶어 힘없이 낮게 나는 모기를 보며
아침의 나른한 더위를 덮고
우리는 소파에 몸을 부린다.
도착하면 허기진 버스처럼 모두 기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