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잊고 지낸 한파

by 김태형

제비


거기 서라 거기 서라
너를 갈망하는 지금
내가 너의 날개를 그린다

여기 봐라 여기 봐라
괜히 소리 질러 지금
너의 떠난 뒷모습 찾는다

그거 봐라 그거 봐라
너라는 제비는 때를 맞추기에
난 오직 너만을 믿고 기다린다

야윈 아이의 귤
추운 노파의 연탄
금방 사라지는 것 걱정하며
다시 날아들어 올 너이기에

난 한겨울에도 너를 기다린다

연탄보다 뜨겁고
귤보다 새콤한
의리라는 정을 가진 제비 한 마리
난 오직 학수고대하며 기다린다


고드름


기왓장도 추워 서로 부둥켜안는 겨울날
연탄재가 다른 겨울보다 유독 앞마당에 더 날린다
고급스런 명패가 살갗 찢는 겨울바람에 휘청거린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봄이 올 즈음
집에는 냉기보다는 통곡이 안방에 찬다
그렇게 설움이 차고 눈물이 찬다

겨울날을 같이하던 고드름이 슬퍼하며 눈물 흘릴 때
마당에 코흘리개 손주도 하루 종일 하염없이 운다

고드름이 슬픔을 다 털어낸
봄에도 여름에도 가을에 운 것도 모자라
겨울에 슬픔을 나누던 벗이 있었던 자리로 가
한없이 눈물을 그렁그렁 떨어뜨리곤 했다

유독 색이 바랜 기왓장 아래는 일 년 내내 젖어있어
바닥이 얼어버린 겨울날엔 어머니와 할머니는

연탄 갈러 슬금슬금 걸어가는 서글픈 발걸음이 끊어지지 않았다



설경


아름다운가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설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겨울의 슈가파우더로 코팅된다

설경이 내 시야 모든 곳에 깔렸고
내 시야로 모든 설경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여기 눈이 얼어붙은 내리막에서
유모차를 놓쳐 엉덩방아 찢는 한심스런 노인네가 보인다

저기 눈이 쌓인 놀이터에선
돌멩이 든 눈덩이를 맞고 우는 영락없이 어린애가 보인다

거기 도시의 불빛 속에선
헛바퀴돌며 징징대는 차들이 빚어내는 러시아워가 보인다

눈은 그칠 줄을 모르고
이런 현실에 던져진 이들의 눈물도 그칠 줄 모른다
참으로 어여쁜 설경이 아닐 수 없다

하늘에선 눈이 내리고
내 손에선 제설제가 내리게 만드는 지금

보아라
참으로 어여쁜 설경이지 않은가


아름다운가

아직 눈이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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