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에 대하여
회사에 울린 한 통의 전화로 저는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갑'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을'이라는 직원을 찾는 전화였습니다.
일전에 함께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 'A 과업'과 관련된 급한 문의였습니다. 갑작스런 요청이었지만, 우리 부서는 언제든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했습니다.
'을'은 전화를 받았습니다.
수화기 너머의 음성을 듣던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거 제 담당이 아니라서 모르겠어요."
그 답변을 옆에서 들은 저는, 말 그대로 '킹받는' 심정이었습니다.
우리는 "직업인"입니다.
단순히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는 엔지니어입니다. 기술을 다루는 손과 동시에, 문제를 해결하는 머리를 지닌 존재입니다. 책임감 없이, 주인의식 없이, "내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어버리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깎아먹게 됩니다.
전화 건 상대는 '갑'입니다. 그들이 찾는 것은 단순한 정보가 아닌 신뢰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이 사람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 스스로가 그 신뢰를 헐값에 내던진다면, 아무리 탁월한 기술을 갖고 있더라도 소용없습니다. 기술은 마음먹은대로 배울 수 있지만, 신뢰는 시간과 인내로만 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저는 이 상황에서 한 가지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직업인이란 이름을 달았다면, 매사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자신의 손에 없는 일이더라도, "제가 확인해 보겠습니다." 또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이 한마디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습니다. 책임감은 무겁고 불편합니다. 그러나 그 무거운 책임을 어깨에 담담히 얹을 때, 우리는 비로소 진짜 프로가 됩니다.
오늘 저는 다짐했습니다.
남 탓하지 말고, 상황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말고, 나부터 다시 한 번 더 책임감 있게, 주인의식을 품고 일하자고 말입니다.
책임감은 선택이 아닙니다.
직업인의 기본자세입니다.
직업인은 일이 막힐 때 남 탓하지 않습니다.
문제를 발견하면 숨지 않고 해결책을 찾습니다. 눈앞의 이익보다, 자신의 신뢰를 지키는 것을 우선합니다.
직업인은 알고 있습니다.
오늘 내가 한 일이, 나를 설명하는 가장 명백한 증거가 된다는 것을.
한마디로, 직업인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일하는 사람입니다. 이 정의 앞에, 저는 자신을 점검해봅니다.
오늘 나는 과연 직업인이었는가?
아니면, 그저 돈을 받고 시간을 파는 아마추어에 불과했는가?
직업인은 직함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태도와 선택으로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오늘의 책임을 피함으로써
내일의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에이브러햄 링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