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곰과 다람쥐 이야기

곰의 이야기

by 멜로디


깊은 숲 속,

숲 친구들 모두를 다정하게 챙겨주는 든든한 곰 한 마리가 살았다.
듬직하고 쾌활한 곰은 숲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아주 많았다.
하지만, 사실 혼자 있을 때면 곰은 아주 작고 불안했다.


어느 날,
그 숲에 귀엽고 따뜻한 다람쥐 한 마리가 이사를 왔다.
다람쥐는 작지만 늘 자신감 넘치고,
상대가 어떤 동물이든 기죽지 않고 밝게 다가가는 성격이었다.


다람쥐는 곰에게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곰아, 나랑 도토리 주우러 갈래?”
“오늘도 잘 지냈어?”
“너 웃을 때 진짜 귀여운 거 알아?”


곰은 처음엔 부끄럽고, 낯설고, 조금 무서웠다.
다람쥐가 너무 좋아서,
괜히 실수해서 실망시키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만 들었다.


그래서 곰은 다람쥐가 도토리 주우러 간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오늘은 발목이 삐었어…”
“내일은… 내가 너무 바빠서…”
계속 변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결국 다람쥐는 혼자 조용히 도토리를 주우러 떠났고,
그제서야 곰은 깨달았다.


“아, 나는 정말로, 정말로 다람쥐랑 함께하고 싶었구나…”


하지만 다람쥐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고,
곰은 그 후로 매일, 다람쥐가 자주 앉던 바위 옆에서
혼자 조용히 도토리를 주웠다.


“다람쥐야, 나랑 같이 도토리 주우러 가자.”

“너 없으니까 좀 허전하더라
“그때 내가 너한테 상처 줬지…? 미안했어.”


곰은 매일매일 연습했다.
풀숲에 대고, 나무에 대고, 물가에 대고.

하지만, 어쩌다가 다람쥐랑 마주치기라도 하는 날에는

자기도 모르게 혀가 도토리 껍질처럼 말라붙고 말았다.

곰은 산책하는 다람쥐의 등을 바라보며,

하고 싶은 말을 속으로 삼킬 수 밖에 없었다.


keyword
이전 08화사랑의 이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