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를 하며 정리되고 깊어진 생각들
모처럼 ‘오늘의 책’ 게시물을 올리기 위해 1242 을지서점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접속했다. 게시물을 올린 뒤 혹시 모를 새로운 메세지가 왔을까 하며 DM창을 눌러보니 장문의 디엠이 하나 와 있었다. 서둘러 메세지를 확인해 보니 을지로 대림상가에 방문했다가 발견한 이곳 별방구의 공간을 흥미롭게 보았다는 이야기에 이어서 인터뷰를 요청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협업과 성장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설명과 함께 첨부된 계정 속 게시물을 살펴보니 선뜻 인터뷰에 응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홀로 고민하고 모색하는 일상 속에서 불현듯 찾아오는 새로운 만남과 대화는 반가움을 넘어 설레는 일이기에.
이미 메세지가 온 지 10일이 지난 상태라 생각을 정리함과 동시에 서둘러 인터뷰에 응하겠다는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 생각보다 빨리 연락이 돌아왔고, 3일 뒤에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했다.
우리 공간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을지로라는 동네를 선택한 이유, 그리고 이곳에서 만들어가고 싶은 미래에 대해 나누고 싶다는 문장을 잠시 곱씹었다. 그리고 가벼운 마음. 어쩐지 인터뷰가 무겁게 느껴지지 않고, 그저 말을 나누면 된다는 편안함으로 다가왔다. 평소 나의 성격대로라면 예상되는 아주 기본적인 질문 리스트를 뽑고, 그에 맞춰 답변을 대략적으로라도 써보며 인터뷰를 준비하려 했을 텐데,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마음이 가볍다. 두 손 무겁게 부담을 지기보다는 비교적 편안한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며, 자연스레 말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인터뷰의 질의응답을 미리 써보는 대신 자잘한 생각들을 곱씹으며, 나의 공간 ‘별방구’와 ‘1242’에 대해 떠올려보았다.
After 3 days
인터뷰 당일, 이상하게도 충무로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인지 버스가 도통 움직이질 않는다. 기사님께서는 큰소리로 무슨 말씀을 연신 외치시지만, 정확히 들리진 않는다. 허겁지겁 버스에서 내려 책방에 도착하니 인터뷰 진행자님은 이미 도착해 계셨다. 땀이 송골송골 맺히다 못해 흐르는 더운 날씨의 정오쯤이었기에 가게 문을 열곤 서둘러 에어컨과 선풍기를 가동시켰다. 30분쯤 미리 와있는 준비성을 보여야 하는데, 이게 뭐람. 나를 탓하는 원망의 자책이 아우성을 치려했지만, 그런 소리에 귀 기울이며 낭비할 틈이 없다. 지금에 집중하자.
서점 가운데 놓인 커다란 책상에 앉아서 인터뷰는 진행되었다. 인터뷰 내용 기록을 위해 녹음이 진행된다는 안내와 함께, 진행자님께서는 맥북을 꺼내신다. 본 인터뷰는 따로 매거진 업로드 혹은 홍보를 위한 목적이 아닌 소통과 교류를 위해 진행되는 인터뷰라는 안내를 받은 후에야 비로소 왜 내가 오늘의 만남을 편히 마주할 수 있었는지를 명확히 알게 되었다. 오늘의 인터뷰가 어떤 뚜렷한 목적보다는 소통과 교류의 목적임을 확실히 알게 되자 약간의 묵직했던 어깨는 느슨하게 풀리고, 그저 어림짐작으로 느껴지던 궁금증 비슷한 그런 마음이 한층 편안하고 흥미로워졌다.
자연스러운 대화로 시작된 인터뷰는 점차 핵심적인 질문이 오고 가며 서서히 깊어졌다. 어쩌면 내 안에 부유하던 어떤 말과 생각과 다짐들이 다른 이의 질문에 답을 지어가는 과정 속에서 선명해지는 순간이었다. 그저 나는 질문에 답을 하고 있을 뿐인데, 말을 하면 할수록 점차 이곳의 의미가 짙어져 갔다. 혼자서 글로 적고, 생각하고, 표현하려고 할 때보다도 훨씬 쉽고 간결하게 분명해졌다. 실은 말을 하면서도 아주 잠깐의 찰나동안 “아 맞아, 이게 나의 시작점이었지, 그랬지”라는 생각과 함께 지난 시간을 다시금 곱씹게 되었다. 우연한 발견처럼 마주한 별방구에 대한 궁금증을 바탕으로 찾아주신 덕분에 시작된 인터뷰였지만, 얘기를 나눌수록 오히려 내게는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그러니까 어쩌면 인터뷰라는 것은 말로 나누는 자기소개서이자 일순간 허공에 써졌다가 이내 사라지는 자선전이 아닐까.
내 또래의, 나와는 다른 방식과 형태지만, 뭔가를 도전하고 시도하고 만나보고픈 그 깊은 호기심과 도전에 대한 열망을 공통으로 대화를 나누게 되니 평소와는 색다른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별방구’와 ‘1242’는 젊은 사람(나)의 감성이 돋아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도 어르신 분들과의 접점이 많았다. 그냥 일상 속에서 길을 지나다 들러서 얘기를 나눠주신다든지, 뭔가 사소한 것에 대해 물어보러 들어오셨다가 대화가 이어져 어느 날 집까지 초대를 해주신다든지 하는 식의 우연하지만 깊은 만남이 흔히 일어나곤 했다. 그런 만남을 통해 느끼고 보내는 시간과는 또 다른 차원의 만남과 대화를 오랜만에 나누다 보니 평소와는 조금 다른 구석에서 활력이 돋아난 것도 같았다. 실로 오랜만에 만나서 나눠보는 초면인 또래와의 소통이라 더욱 그런 것도 같다.
다른 사람의 눈으로 바라본 별방구에 대한 궁금증이, 미처 내가 들여다보지 않은 부분들을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었다. 그 눈길과 대화가 나에게는 이곳을 다시 채워갈 새로운 긍정의 힘을 심어주었다. 그리고 여전히 나는 고민하고 또 나아가고 싶어서 골몰한다. 새로운 만남이 내게 활력을 주었듯 나도 누군가에게 별방구로 하여금 활력을 주고 싶기 때문에 늘 그렇다.
인터뷰가 끝난 후 마치 한바탕의 꾸러미를 쏟아낸 듯 마음이 후련한 듯 밍근한 듯 그런 느낌이 들었다. 금세 다시 눈앞의 일상에 몰두하다 보니 그런 감각들에 오래 머물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어떤 홍보나 큰 목적이 아닌 소통을 위해 나눈 대화를 통해 주고받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어 오래 기억될 것 같은 인터뷰였다. 요즘 우리의 ‘별방구’는 열심히 빛을 내고, 소리를 내는 것만큼이나 그것을 발견해 주고 다가와주는 시선과 손길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이곳의 여정에도 순서와 단계가 있다면, 지금은 그런 때가 아닐까.
다른 이의 질문을 통해 나를 돌아보는 시간. 그리고 약간의 환기를 통해 더 큰 활력을 얻은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