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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hoon Jul 09. 2023

노동조합 간부를 위한 글 - 9

배신은 항상 가장 가까이에서 일어난다

 어느 기업이나 조직도 초기의 형태를 만들기까지 참여한 개국공신들이 있기 마련이다. 기업에서는 창업자와 뜻을 함께했던 가까운 친구나 가족인 경우가 많고 정치 조직의 경우에는 개인 관계로 역인 핵심 지지층이다.     

 삼국지의 주인공인 유비, 관우, 장비도 피가 섞이지 않은 의형제가 아닌가. 그들이 천하를 호령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못했다면 시골 촌구석인 탁현에서 주먹 꾀나 쓰던 불량배 삼 형제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크든 작든 어느 조직이나 핵심(코어)이라고 불리는 인적 구성이 존재한다. 이는 노동조합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투표를 통해 만들어지는 노동조합은 필연적으로 여러 조직원의 연대이고 집합체이다. 선거를 이기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연합이 필수이다. 그중에 몇몇은 핵심 지지층으로 분류되어 주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문제는 선거를 이긴 후 인선 단계에서부터는 각자의 영향력의 차이가 생겨나고 이 과정에서 쉽게 소외감을 느끼는 이 들이 생겨난다.


 처음에 조직이 불완전한 상황에서는 모두가 비슷한 영향력과 권한을 가진다. 리더나 리더를 도우는 핵심 간부들의 권한에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조직원의 숫자가 불어나고 조직이 체계를 갖추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전결권의 차이가 명확해지기 시작한다.


 주변의 대우도 달라진다. 핵심 간부와 그렇지 않은 조직원 사이에 차별 대우가 생긴다. 간극이 벌어치는 것이다. 더 이상 형님 동생만으로는 조직 유지가 어려워진다. 


 바로 이때가 개국공신들이 앙심을 품고 마음을 돌리는 시기이다. 본인이 처음만큼의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느끼거나 핵심이었던 본인이 소외되고 있다고 느낄 때 관계의 균열이 발생한다.      


 이는 어느 조직에서나 나타난다. 기업의 경우에도 초기에 자본이나 노동을 투자했던 동업자 간에 혹은 가장 가까웠던 직원과 다툼이 벌어진다. 그 직원은 개인적으로는 가장 친한 친구이나 친척인 경우가 많다. 그 결과 회사가 쪼개지거나 심지어는 망하기도 한다.     


 

 이러한 개국공신의 반란은 필연적이지만 한편으로는 뼈 아프다. 가장 믿었던 사람의 배신은 우울감이나 자존감의 하락을 가져온다. 주변의 시선을 중요시하는 사람일수록 더욱이 그러하다.     


 또 하나, 이제껏의 노하우를 잃거나 비밀이 공개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훌륭한 인적 구성의 다수가 떨어져 나가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개국공신의 반란을 피할 방법은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막을 수는 없으니 대비해야겠다. 특히 선거를 통해 만들어진 노동조합은 현재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 있었더라도 세대교체의 문제를 피할 수 없다. 


 막연히 모든 사람을 믿기보다는 언제든 가까이 있는 사람도 떠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만약 그러한 일이 발생했다면 그 자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자.      


 상대에게 있어도 최선을 다해 그를 이해한다는 공감의 의사표현을 상대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날카로운 비수 같은 말로 상대를 공격함은 오히려 자신에게 독이 되어 돌아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길 바란다. 본인의 준비 없음과 치부를 드러낼 뿐이다. 상대방을 이해한다는 의사표현과 최소한 마지막의 인간적인 도의는 지켜줄 것만을 요구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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