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이런 사람이 있을까?
곧 중학생이 되는 딸아이는 애정 표현이 아주 자유롭다. 언제든 “안아줘”라고 말하며 내 품에 안기는 걸 좋아한다. 내가 주는 사랑이 부족한 걸까?
애정 결핍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아이는 단지 엄마의 품이 필요하고, 내 사랑을 확인받고 싶어 하는 것뿐일지도 모른다.
나는 아이를 사랑하지만, 솔직히 그 애정 표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다. 경상도에서 나고 자라면서 사랑을 말보다는 행동으로 표현하는 환경에서 컸기 때문이다. 부모님의 무뚝뚝한 사랑을 당연하게 여기며 자랐고,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본 기억도 거의 없다.
부모님과 손을 잡고 다닌 기억조차 희미하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같은 방식으로 아이를 대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런데 내 딸은 다르다. “엄마 냄새 너무 좋아”라며 서슴없이 애정을 표현하고, 내 품에 안기고 싶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그런 행동이 낯설고 쑥스러워 피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알 것 같다. 아이는 엄마에게서 따뜻함을 느끼고 싶어 하고, 내 사랑을 온전히 받고 싶어 한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아이가 “엄마, 안아줘”라고 하면 나는 두 팔을 벌려 꼭 안아준다. 어제는 내가 먼저 집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를 꼭 안아주었더니, “우와, 엄마가 먼저 안아주는 날도 있네!”라며 미소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엄마도 애정 표현이 늘고 있지? 수아 덕분이야”라고 말해주었다.
어쩌면 나를 가장 사랑해주는 사람은 바로 내 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그 사랑을 받아들이는 매일 아이를 통해 연습을 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