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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는 이름을 부르는 것 부터가 시작이다

by 반짝별 사탕

대화는 이름을 부르는 것 부터가 시작이다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알게 된 한 고등학생 아이와의 대화는 지난 9월 1일, 내가 먼저 보낸 짧은 위로의 메시지에서 시작되었다.


“아프다는 건 성장 중이라는 뜻이고, 모든 경험은 다 의미가 있어. 오래 아프지 마.”


그 한마디가 계기가 되어 우리는 아침 인사로 하루를 열고, 점심 식사 메뉴를 나누며, 때로는 마음속 무거운 이야기를 털어놓는 사이가 되었다.


한 달 가까이 이어진 대화 속에서 나는 아이가 천천히 성장해가는 모습을 느낀다. 아이는 매일 “작가님이 너무 좋다”라는 말과 함께 자기 이름을 불러달라 한다. 그리고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행복하다며 즐거움이 묻어나는 메시지를 보낸다. 그 말이 내 마음에도 오래도록 머물렀다.


나는 문득 스스로에게 물었다. 누군가 내 이름을 불러줄 때, 나 또한 저 아이처럼 기뻐했던 적이 있었을까? 돌이켜보니, 40살이 된 지금의 나는 대부분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부를 때 부탁이나 요구가 따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아이가 전해주는 그 단순한 부름이 오히려 진심 어린 선물처럼 다가왔다.


나는 아침마다 짧은 글을 필사해 사진으로 찍어 보내고, 응원의 메시지를 더해 아이에게 전한다. 매일 딸에게도 전하는 간단한 메시지를 함께 적어 보내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것이 아이에게 잠시라도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작은 내 마음이다.


천천히 자라고 있는 아이는 하루에도 몇 번씩 “지금 디엠 가능하세요?”라고 매너 있게 물어온다. 물론 매번 시간을 내어줄 수는 없지만, 나는 솔직하게 지금은 일 중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때로는 대화가 가능하다고 답하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아이가 “이름을 불러주는 게 좋다”라고 말했을 때, 나는 매일 한 번은 꼭 이름을 불러주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만큼은 꼭 지켜가고 싶다.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사람, 대화하고 싶은 사람으로 남고 싶기 때문이다.


어쩌면 대화란, 이름을 불러주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이와의 소소한 대화 속에서 나는 잊고 있던 기쁨을 되찾았다. 그리고 그 대화가 사춘기를 맞이한 우리 딸과의 소통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음을 느낀다. 이 만남을 통해 나는 또 한 번 배우고, 성장하고 있다. 아이를 만난 일은 분명 내 삶에 감사한 인연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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